상상이 현실이 될 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구? 먹을거 많더라… 먼저 스알못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리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맛있는 미들급 스시다. 특히 스시와 재료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줘서 먹기 전 스시에 대한 상상이 먹을때 정확히 부합함으로써 더 맛있게 느낄 수 있는 가게였다. 처음에 나온 코스가 엄청 특이했다. 자완무시를 생각한 내 앞에 놓여진 것은 콩을 갈아 안에 어묵을 넣은 스리나가시였다. 콩의 풋내가 풍길 줄 알았으나, 풋내는 잘 잡아냈고 고소함을 확 끌어다올렸다. 그리고 초당옥수수, 한치, 오이가 들어간 냉채가 나왔다. 3일 숙성한 잿방어에 미소+버섯 소스가 나왔는데, 잿방어가 너무 맛있었다. 식감이 식감이. 방어는 특유의 기름짐으로 인해 무른 식감을 갖기 마련인데, 숙성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표고와 미소를 조합해 만들어낸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초밥에 쓰이는 적초샤리와 찐 전복, 전복내장소스를 넣은 요리인데, 소스는 크리미한 느낌이 있어서 충분히 맛있었다. 전복의 삶기도 좋았다. 다만…. 샤리를 쓸 때, 적초를 넣는다는 것은 단촛물을 대체한다는 느낌일텐데, 신맛이 너무 치고 올라왔다. 전채요리에서 앞으로 나올 스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걱정도 생겼다. 평범했지만 다진버섯과 접시 아래에 깔린 매력적인 백된장 소스의 삼치구이를 먹고 나면 스시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스시는 도미, 아카미, 청어, 츄도로, 삼치, 고등어봉초밥, 광어, 한치, 대하, 단새우+우니, 후토마키, 아나고 순으로 나왔다. 기억에 남는건 아카미, 광어, 한치, 후토마키, 단새우+우니였다. 보통 츄도로가 기억에 남아야 하는데 아카미가 기억에 남는건 아카미답지 않아서였다. 아카미는 살덩이리 뿐인 홍두깨살이라고 생각한다. 오도로, 츄도로랑 달리 속살인 아카미는 그렇게 특징이 없다. 그냥 참치살이다. 이걸 어떻게 절였느냐, 어떻게 숙성했냐가 중요한데, 너무 잘했다. 아카미를 아카미로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맛있었다. 광어, 한치, 후토마키는 향 때문에 기억이 남는 스시였다. 광어에는 화이트트러플소금을, 한치에는 유자제스트, 후토마끼에는 시소가 전반적인 스시의 향을 다 가져갔다. 사실 식감은 후토마키 속 박을 제외하곤 크게 기억이 안남는다. 그리고 한치에 칼집을 어마어마하게 냈고 그래서 미끌거리는 한치의 식감을 줄였다라는 생각뿐이고 남는건 향이었다. 향의 순서를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었지만, 각 향이 너무 강해서 앞의 스시를 덮어쓰기를 한거 같은 아쉬움이 든다. 제일 만족스러운 것은 단새우+우니였는데, 딱 재료의 맛이 골고루 났다. 단새우의 단맛과 우니의 녹진한 고소함이 김과 어우러져 너무 맛있게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 신기한건 중간에 나온 튀김인데 옥수수전분을 베이스로 만든 카다이프를 면처럼 길게 뽑아 새우를 감싸튀겨냈다. 거기 어디 분식집에 감자를 말아서 튀긴 새우튀김의 느낌이 났으나, 그의 업업업그레이드 버전이었고 옥수수전분이 너무 바삭했다. 마지막에 소바가 나왔는데, 소바에는 계피와 고추가 베이스가 되어 위에 갈은 마를 얹었다. 마를 여기에 활용할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근데 잘쓰더라… 마를 먹으면서 소바국물이 딸려서 오니까 마의 진득함과 소바국물이 어우러져 혀에 오래남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시소가 살짝 인사하고 간듯한 시소샤베트까지 60,000원이라 생각할 수 없는 구성의 스시를 느꼈다. 전반적으로 다 만족스러웠다. 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과분한 설명과 중간중간 밥의 양이나 맛의 피드백을 물어보는 접객은 너무 만족스러웠고, 스시이지만 향과 식감을 잘 다루는 면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만족감을 느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약간 뷔페 같다. 맛있는 뷔페를 다녀오면 맛있다라는 감상만 남지 무엇무엇이 맛있었다라는 감상이 없듯이 여기도 무언가 메인으로 밀고 갈만한 스시는 없었다. 다 맛있었다. 그게 전부다. 이런 아쉬움만 고려한다면 이 가격에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스시집이라고 생각한다. 난 근처라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가볼 생각이다. 처음으로 홀릭이 되고 처음으로 참가한 밋업이었다. 정말 즐거운 모임이었다.
스시 코호시
경기 화성시 동탄반석로 172 동탄 파라곤 2층 2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