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졌다. 전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찾아갔다. 콩나물국밥도 있고 순대국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기가 너무 가고 싶었다. 우족탕이라니…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일갑오 근처에 있어 찾아가기 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9시반쯤에 오픈한다는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가게는 상당히 오래된 느낌의 인테리어다. 뭐랄까… XX가든이라는 고기집들의 인테리어와 비슷했다. 메뉴가 여러 개가 있었는데, 우족탕을 먹어볼까하다가, 다 먹을 수 있는 모듬탕을 주문했다. 테이블 위에는 거칠게 갈아진 고추가루, 소금, 후추, 케첩통이 있다. 밑반찬을 깔아주는데 이게 꽤나 신기했다. 설렁탕집에 가면 배추김치, 깍뚜기가 전부인데, 여기는 신기하게 많은 걸 깔아주신다. 오이무침, 오징어젓갈, 무장아찌, 깍뚜기, 겉절이… 응? 겉절이? 설렁탕집에 겉절이는 처음이었다. 깍두기는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었고 겉절이는 간이 강한게 딱 끌리는 맛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면 모듬탕을 주시는데… 아니…. 진짜 다 있다.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 일단 다 넣어봤으니까 잡숴봐!라는 느낌의 모듬탕이었다. 도가니, 우족, 꼬리, 소머리, 양지, 우설이 다 들어있다. 얼마나 많았냐면, 처음부터 밥을 말아먹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할 정도로 많았다. 국물은 상당히 진했다. 소머리국밥이나 설렁탕을 먹을 때, 정말 진하게 우려낸 국물일수록 진득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먹고 나서 입술을 맞닿으면 마치 립밤을 바른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을 받을 때 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가 그랬다. 입술이 쩍쩍 달라붙는 듯한 이 느낌, 진하게 우러냈다. 기쁘다. 이 느낌이다. 찍어먹는 간장소스가 있나해서 테이블위에 케찹통이 있길래 앞접시에 부었는데, 초장이다….. 아니 여기도 초장이네… 맛의 고장, 초장의 고장이다. 알고보니 간장소스는 따로 요청하면 주시더라. 정신없이 도가니와 우족, 꼬리를 건져먹다보면 이제야 밥이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 밥을 말고 파를 팍팍 붓고 고추가루를 뿌려서 국밥으로 먹으면 또 다른 맛이 펼쳐진다. 진하고 칼칼하다. 고추가루가 아주 맛있다. 코를 박고 팍팍 먹다보면 국물까지 싹 비우게 되는데… 배가 부르다… 설렁탕을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여기는 진짜 배가 불렀다. 양이 너무 많아서 놀람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이 모듬탕이 15000원이라는 거다. 아니!! 이건 이 가격에 내면 안되지! 가격, 맛, 양을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된다. 이건 내가 졌다. 모듬탕 - 15,000
연지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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