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이걸 왜 먹냐하지만, 난 또 찾아갈 것이다. 막상 쓰고나니까 용비어천가네 경주 여행 중 진짜 가고 싶었던 곳이다. 대체 경주에서 왜 회덮밥을 먹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가게 외관에서 풍기는 포스에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여행 중 아침 일찍 일어나 갔다. 경주 시내에서 버스로 30분정도 떨어진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게를 갔는데, 어? 가게는 역시 내가 본 사진 그대로다. 가운데 미닫이문 그 위에 간판, 양 옆에 작은 창문. 와…. 뭔가 비밀이 많아 보이는 가게고 맛으로만 승부할거 같은 가게처럼 보였다. 당당하게 가게문을 열었는데, 만석이다. 에… 지금 아침 9시 20분인데요? 왜 만석이죠?? 정말 의문이 가득했지만, 사장님이 번호표를 주시면서 친절하게 말해주셨다. 앞에 5팀 더 있다고. 네? 아니, 지금 아침 9시 20분이라니까요? 처음부터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런 상황이면 다른 식당을 찾아가기 마련인데, 주변에 갈 곳이 없어서 기다렸다. 다행히 20분만에 들어갈 수 있었다. 4인 테이블 4개와 좌식 테이블 3개가 전부다. 메뉴판은 없다. 어차피 단일메뉴라 사람당 하나씩으로 해서 나온다. 회덮밥이다. 경주에서 먹는 회덮밥이라… 꼭 오고 싶었던 곳이지만, 어떤 맛일지 그리고 경주에 내가 이걸 먹으러 왔다는 약간의 어이없음으로 기다렸다. 테이블 세팅이 상당히 빨랐다. 상추, 고추, 쌈장, 김치, 젓갈, 시금치 그리고 그릇을 가득채운 초장. 잠깐, 아니 뭔 초장이 이렇게나……. 바로 회가 나오고 숭늉, 홍합탕이 나왔다. 회는 잡어다. 아마 요즘 잡히는 생선을 쓰는거 같은데 요즘은 가자미회다. 회 아래에는 상추와 무, 당근이 깔려있다. 아니 배가 왜 안들어갔지라는 생각이 스쳤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다. 회를 먹기전에 어제 술을 달린 쓰린 속을 달래려고 숭늉을 먹었는데,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물 가득한 숭늉이 아닌 밥알이 가득한 구수하고 부드러운 숭늉이다. 뭔가 식전이든 식후는 딱 좋은 숭늉이었다. 또 맛있던건 홍합탕인데, 와….. 마늘도 없고, 고추도 없고, 파도 없다. 심지어 그 맛도 없다. 그저 홍합이다. 시원하다. 그리고 홍합 손질도 너무 잘했다. 그저 홍합을 넣고 진하게 국물을 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덮밥은 수저통에 나온 팁대로 먹었다. 초장을 1,2국자 부었다. 그리고 비비기 전에 초장만 살짝 먹었는데, 어? 이야… 이 초장 뭐지? 이제껏 먹은 초장 중 최고다. 충무로에 본점이 있는 영덕회식당의 막회에 나오는 초장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여기가 최고다. 뭐라고 해야할까? 이제껏 먹은 초장 중 가장 부드러운 초장이라고 해야할까? 영덕회식당의 초장도 둥글둥글한 모나지 않은 초장이지만, 그래도 많이 넣게 되면 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지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생각보다 초장을 많이 넣어 밥을 다 먹어도 그릇에 초장이 남아있었는데도, 그만큼 초장을 넣었는데도 깔끔했다. 너무 강력한 초장이었다. 비빈 회를 상추에 올려서 먹고 그 쌈을 한 번 더 싸서 그 위에 밥을 얹고 초장을 살짝 올리고 먹는데도 너무 맛있다. 솔직히 회없이 대강 유사회라도 올려서 먹어도 맛있다라고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먹다가 홍합탕으로 리셋하고 다시 먹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비빔회를 먹고 나서 밥을 비벼서 먹는데, 이것도 이것대로 좋았다. 회에 밥을 얹어먹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딱 맛있는 회덮밥이다. 사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맛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아, 반찬 중 신기했던건 젓갈인데 숭어 내장으로 담근 젓갈이란다. 양식 숭어로는 못 담그고 자연산으로만 담글 수 있다고 하는데, 회덮밥과 초장과는 다른 약간의 짠기와 감칠맛이 매력적이었다. 정말 최고의 압도적인 무기를 들고 있는 가게다. 초장 말고도 다른 반찬과 숭늉, 홍합탕도 훌륭하다. 사실 회덮밥인데 어떤 회를 어떻게 숙성시켰냐는 중요한게 아닌거 같다. 압도적인게 있는데 뭐. 경주를 다시 놀러가도 또 찾아갈 그런 가게를 만났다. 직원분들이 모두 친절하시다. 번호표를 주고 차에 쉬고 있으면 부른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떻게 부르지라는 의문이 들어 구경했는데, 주차장에 가서 확성기로 번호를 부르신다. 아마 차에서 잠들지 않는 한 자기 차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아, 단점은 위치와 영업시간이다. 회덮밥(1인) - 12,000 (*5월부터 15,000으로 인상예정) 영업시간 - 8:30 ~ 14:30 본의아니게 용비어천가다.
용산회식당
경북 경주시 내남면 포석로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