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이름을 걸면 생기는 묘한 신뢰감, 그리고 그 증명 서울 3대 탕수육 중 한 곳이다. 사장님의 성을 따서 가게 이름을 그대로 박제한 곳인데, 나랑 내 친구들은 ‘주’라는 이름대신 ‘덕성이 행님 댁’이라 부른다. 딱딱한 이름에서 뭔가 모를 묘한 친밀감이 든다. 점심의 한 가운데에 찾아가서 그런지, 웨이팅이 있었다. 조금 기다린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앉자마자 요리를 주문했다. 깐풍기, 고추잡채, 탕수육을 주문했다. 추가로 맥주와 연태고량을 주문했는데, 아니, 맥주가 작은 병이 나왔다. 원래 작은 병이 나왔지만, ‘행님 인심 야박해지셨네’라고 그냥 말을 한다. 확실히 이 집 튀김은 튀김옷과 재료 사이 얇은 공기층이 매력적인 곳이다. 붙을듯 말듯 떨어질듯 말듯 복잡미묘한 관계의 튀김옷과 재료는 튀김옷의 바삭함과 재료 본연의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얇지만 단단한 튀김옷은 그 속으로 소스가 베어들지 않게 해준다. 볶먹과 부먹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도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소스가 튀김옷 사이사이로 침투하지 못하고 감싸고만 있다. 뭐랄까, 탕후루 같은 느낌이다. 닭다리살을 주로 쓴 깐풍기는 약간 애매하게 큰 크기로 어떻게 먹을지 감이 안잡히지만, 한 입 베어물면 바삭하고 맛있다라는 느낌을 한번에 안겨준다. 깐풍기 특유의 은은한 매콤함이 닭다리살과 너무 잘어울리고, 한 점의 크기가 큼직큼직하지만, 얇은 튀김옷 덕분에 뻥튀기에 배신당하지 않았다라는 묘한 즐거움도 준다. 탕수육은 말해뭐해, 맛있다. 진득한 소스는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다. 치우쳐져있지 않은 중도의 맛이다. 그리고 역시나 튀김은 바삭하다. 고추잡채는 이 집의 다른 재미인 조화로움을 잘 냈다. 개인적으로 이 집은 불맛보다는 튀김 스킬과 훌륭한 맛의 밸런스가 매력적인 곳인데, 고추잡채는 그 맛의 밸런스를 잘 잡았다. 불맛도 잘내긴 하는데, 워낙 스킬과 밸런스가 좋아 약간 묻히는 감이 있다. 고추잡채는 그냥 먹어도 꽃빵이랑 먹어도 훌륭한 맛이다. 식사로 짬뽕을 주문했는데, 깔끔한 맛이다. 너무 매워서 면을 흡입하는 도중 기침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릇을 꽉 채운 해산물과 깔끔하게 매운맛이 요리의 마무리를 주는 곳이다. 많고 많은 중국집 중 좋아하는 곳이다. 특히나 탕수육, 깐풍기처럼 튀김 쪽의 요리하면 무조건 생각나는 곳이다. 맥주도 아쉽고 가격에 살짝 멈칫하지만, 고량주 하나에 요리 하나 시켜서 친구랑 얘기하면 즐기기 좋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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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동광로19길 16 방배동 복합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