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면 됐지? 다른 게 필요해? 양재를 걷다가 들어간 곳이다. 노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는 지나칠 수 없는 가게 입구였다. 지하로 향하는데, 계단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아주 크게, 맛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메뉴는 정말 단촐하다. 치킨이 전부다. 양념, 간장, 반반이라는 기교따윈 안보인다. 단 두글자 ‘치킨’뿐이다. 치킨보다 술이 더 많은 메뉴판이다. 그리고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16,000원? 한 마리에?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셀프서비스와 단일메뉴 덕분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주말에 가면 홀주문은 안받고 포장만 받는다는 말도 있었다. 완전히 열린 주방에서 닭을 손질하고 튀기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닭을 기다리면 치킨무와 소스, 소금을 깔아두었다. 치킨무는 맛있었다. 직접 만드시는 듯했고 같이 간 여친의 평은 바로 담궈낸 인스턴트 동치미라고 했는데, 그 표현이 적절한거 같다. 치킨무의 새콤!!!달콤!!!의 느낌보다는 시원한 맛이 강조되었다. 치킨의 양은 워후… 상당했다. 이걸 16,000원에?라는 느낌이 들었다. 치킨의 맛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치킨의 정석이었다. 옅게 염지된 닭과 적당한 두께의 튀김옷이 주는 바삭함이 있었다. 치킨만 먹기에는 약간 싱겁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시장치킨의 정석이다. 소스도 신기했는데, 뭐랄까, 양념치킨의 그 소스랑은 분명히 달랐다. 뭔가 묘하게 마늘맛도 나고 감칠맛도 나는 쉽게 표현하기 힘든 맛이지만, 꽤나 좋았다. 먹다가 주변의 주문을 보고 알게됐는데, 사람들이 치킨한마리에 닭똥집 반접시를 한꺼번에 주문하더라. 그걸 한 접시에 옮겨주는데, 그러다보니 뭔가 치킨이 산더미 같아 보였다. 그래서 닭똥집 반접시도 주문했다. 똥집은 손질을 되게 신기하게 했다. 똥그랗게 뭉쳐진 닭똥집을 얇게 얇게 펴서 튀겨냈다. 그렇다보니 일반 똥집튀김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데, 똥집의 단단하면서 쫄깃한 식감보다는 부드러웠다. 그대신 똥집의 짙은 고기맛과 피맛은 더 강조되었다. 나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옆에 계신 노부부께서 맛있게 드셨기 때문에, 맛있는 튀김이라고 생각이 된다. 단일 메뉴 하나로 장사하는 당당한 가게다. 지하에 있고 허름하고 찾아가기도 힘들지만, 가성비와 우리가 싫어하지 않을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포장하면 종이봉투에 담아준다는데, 그것도 언제 한 번 해보고 싶다.
양재닭집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56길 15 양재종합시장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