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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하동
추천해요
11개월

쌓여가는 향과 맛 그리고 비워지는 내 한잔 한잔 우연히 알게 되어 예약한 곳이다. 살짝 반지하인 가게는 소담했고, 숯불이 지펴진 화로에는 검게 그을린 벽이 나를 맞이해줬다. 오마카세이므로 구성은 단촐했다. 전채 - 사시미 - 국물 - 만두 - 한입거리 - 튀김 - 입가심 - 흑돼지 - 식사 - 디저트 순이었다. 전채 : 청경채, 토마토, 마, 연근, 새우를 삶거나 데치거나 구웠다. 그 위에 드레싱을 올려서 먹는데, 각 재료들이 가장 맛을 잘 표현해내는 식감을 내뿜었다. 새우는 특히 숯에 살짝 구워 불향을 한껏 입었다. 드레싱은 신맛이라는 느낌보다는 산뜻함에 가까운 그런 새콤함이었다. 사시미 : 제철의 사시미를 내주었다. 고등어, 단새우, 방어를 내줬는데, 고등어는 살짝 비린 맛이 있었지만, 단새우와 방어는 충분히 맛있었다. 접시 한켠에 숯소금(?)을 같이 내줬는데, 이게 은은한 향과 단맛을 더해줘서 사시미를 풍요롭게 해줬다. 국물 : 맑은 해물 육수에 표고, 전복, 은행, 새우완자를 넣었다. 표고에선 불향이, 전복에선 진한 맛이, 새우완자는 달달한 새우의 맛이 잘 느껴졌다. 국물도 간이 강하지 않고 적당해서 좋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레몬제스트의 향과 맛이 너무 강했다고 느껴졌다. 만두 : 홋카이도의 닭날개로 만들고 속을 찹쌀로 채운 테바사키만두였다. 속을 든든하게 채운 만두를 숯으로 살짝 구워냈는데, 그 불향이 닭기름과 만나 맛있는 향을 만들었다. 만두 역시 훌륭했다. 쫀득한 찹쌀에 쫄깃한 닭날개의 조합은 상상외였다. 한입거리 : 갈수록 향은 짙어만 간다. 돌김에 밥, 그리고 오랜시간 구워낸 장어를 올렸다. 장어껍질에서 불향이 확하고 풍긴다. 그리고 김에서도 살짝 구운듯한 향이 느껴진다. 장어의 달달한 맛과 간이 된 밥의 조합이 좋았지만, 이건 향으로 먹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튀김 : 일본식 춘권이다. 적당히 다진 새우살과 시소가 속재료인 춘권인데, 재밌는건 시소잎이었다. 불향, 숯향에 이미 절여진 코에 시소의 맛과 향이 더해진다. 향을 다시 초기화시키는 듯한 음식이다. 그리고 시소잎이 통으로 들어가 맛이 강할 줄 알았는데, 그 맛이 상당히 적절하다. 새우맛을 앗아가지 않는 정도의 그런 시소의 맛이 느껴졌다. 입가심 : 재밌게도 중간에 시소&레몬 셔벗이 나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적절한 타이밍인거 같다. 아무래도 숯향이 강하고 앞의 요리들이 좀 헤비한 느낌이었는데, 그걸 한번 환기시킨다. 흑돼지 : 역시 다시한번 생각하지만, 목살은 미디엄으로 구워야한다. 큼지막한 목살을 은은하게 구워내서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튀긴 꽈라고추, 메쉬드포테이토, 유즈코쇼, 와사비, 미소오이무침을 곁들여주는데, 목살의 식감이 딱 좋았다. 수분감은 충만하지만 고기맛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다. 미소오이무침에는 또 시소가 들어가는데, 시소를 적절하게 쓰는게 환기를 시켜준다는 점에서 나는 좋았다. 귀여운 돼지 모형은 덤이다. 식사 : 솥밥과 채소절임, 미소시루와 닭날개튀김을 냈다. 솥밥이 딱 좋았는데, 이게 솥밥이면 조금 눌린 부분이 있고, 그 눌린 향이 강해야 하는데, 은은하면서 눌린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적절한 불조절이다. 그리고 쌀이 진짜 맛있다. 생선살과 채소가 들어있지만, 쌀 자체가 무척 맛있는데, 셰프님 아버님께서 직접 농사 지으신 쌀이란다. 미소시루는 새우의 향과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니, 농축된 새우의 맛이었다. 그러다보니 밥이랑 꽤나 잘어울렸다. 닭날개튀김이야 뭐 좋은거다. 디저트 : 호지차, 솔티드카라멜아이스크림, 딸기다. 솔직히 디저트는 내가 잘 모른다. 마무리로 좋았다. 정말 맛있게 즐긴 오마카세다. 숯불을 주로 쓰는 곳 답게 숯향과 불맛을 진득하게 밀고 간다. 그렇지만, 숯향에 너무 둔감해지지 않도록 시소잎으로 환기를 한다는 점에서 손님을 제대로 가지고 놀 줄 아는 곳이다. 음식의 간이 적절한 편이라, 숯향과 맛이 쌓여갈수록 내 사케병은 빠르게 비워지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셰프님의 접객, 과도한 접객보다는 세심함에 가까운 접객이었다.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기본이고 손님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요리가 완성되어야 낸다는 그 고집이 좋았다. 생각보다 목살이 덜 익었는데, 손님 한분 한분께 양해를 구하며 숯불 앞에 집중하는 모습에선 감탄을 했다. 나나 여친이나 메뉴 전부에 실망하지 않은 그런 훌륭한 오마카세였다. 물론 술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마카세 - 80,000 주류 필수 - 인당 1잔 또는 일행당 1병 (콜키지로 대체 가능, 병당 30,000)

코바시

서울 마포구 양화로1길 25-3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