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향한 색다른 도전? 갑작스레 가족 모임의 사이즈가 커져버려 급하게 잡은 곳이다. 경상도식 돼지구이가 뭔지 궁금한것도 있었고 어르신들이 드시기에도 깔끔한 편이라 가봤다. 자리는 널찍하고 가게는 깔끔한 편이다. 시그니쳐 세트라고 할 수 있는 목살+산성갈비를 주문했다. 불이 나오기 전에 찬이 깔리는데, 좀 신기했다. 구절판 같이 넓은 접시에 고기를 찍어먹기 위한 다양한 소스들이 올라왔다. 된장, 쌈장, 와사비, 미역소금, 궁채장아찌, 갈치속젓, 표고와사비, 청어알, 트러플파무침 등등 나왔는데, 이렇게 고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파절이 대신 메밀새싹을 무쳐서 냈다. 그리고 기본으로 경상도식 소고기무국을 돼지고기로 해석해 국을 내놓았다. 돼지고기무국이야 뭐, 알고 있는 맛이다. 소보다는 기름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떨어지지만, 돼지고기가 주는 담백함은 느낄 수 있었다. 산성갈비 + 목살이 나왔다. 산성갈비는 약간, LA갈비의 돼지버젼 같았다. 삼겹살과 갈비살이 섞여있다고 했는데, 적당히 비계가 있고 적당히 마블링(?)이 있어 설명대로 들으면 그렇게 보이긴 했다. 고기를 직접 구워주시는데, 잘 구워주신다. 그리고 다른 고기집과 조금 다르게, 고기를 따로 빼놓으실 때, 옆에 작은 화로에 올려 놓아주시는데, 고체연료로 보온을 해주신다. 이런 작은 행동과 배려 덕에 고기가 더 맛있을 수도 있다. 목살은 역시나 목살이다. 기대한 맛이고 다른 소스보다 역시나 소금이 잘 어울렸다. 이윽고 산성갈비까지 구워주는데, 괜찮았다. 삼겹살의 기름맛과 갈비살의 진한 육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LA갈비처럼 뼈를 뜯는 맛까지, 한 개의 고기로 다양한 부위를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소스보다는 메밀싹무침을 더 높게 치는데, 파절이나 무순처럼 아린 맛은 없고, 아삭함과 더불어 은은한 고소함만이 남아있다. 그래서 빨갛게 무쳐냈을 때, 더 잘어울리는 거 같았다. 비계 많은 고기에 메밀싹올리고 그 위에 와사비를 얹어먹으면 기름의 감칠맛과 와사비의 알싸함, 메밀싹의 아삭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삼겹살을 동그랗게 말아, 숙성한 동그라미와 치즈구이까지 먹었는데, 이건 딱 아는 맛이다. 그리고 불판의 외곽이 파여있었는데, 여기에 계란물을 붓고 계란말이를 해주는데, 이거 요물이다. 우리는 돼지기름이 맛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기름에 구운 계란말이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특히 청어알젓과 먹으면 궁합이 딱이다. 후식으로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방아가 듬뿍 들어간 전형적인 경상도식 된장찌개였다. 돼지고기에 대한 색다른 시도였다. 몇몇 시도는 아주 좋았고 몇몇 시도는 조금 아쉬웠다. 산성갈비라는 부위와 메밀싹무침은 좋았고 다양한 소스는... 과유불급이다. 그리고 계란말이는 아주 훌륭했다. 아직도 경상도식 돼지구이가 뭔지는 헷갈리지만, 깔끔한 가게 분위기는 뒤쳐지지 않는 맛, 어르신들의 추억을 불러오는 돼지고기무국까지, 가족끼리 가기에도 친구끼리 가기에도 좋은 그런 곳이라 생각이 든다.
산성식육점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210번길 19 카피텍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