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맛 중화를 위한 설탕? 거절한다. 신맛 외길의 김치찌개 이 집을 가기 위해 총 4번의 시도를 하였다. 토요일 오후에 한 번, 네이버지도가 가르쳐준대로 일요일에 한 번, 금요일 저녁에 한 번, 그리고 오늘 어떻게 된 가게가 네이버 지도에 영업시간을 업데이트를 안하냐라고 불만을 가졌지만, 운영하시는 분들의 연세를 보면 내가 업데이트를 하는게 더 좋을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메뉴는 아주 단순하기 때문에 금방금방 나온다. 1인분 7,000원의 김치찌개이다. 사실 김치찌개 치고는 국물의 색이 맑은 편이다. 차라리 김치국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 국물의 특징은 시다. 그냥 신김치의 신맛이 필터를 통과하지 않고 그대로 나온다. 대체로 신김치를 다루는 가게들은 신맛을 어느정도 조절하기 위해 설탕을 쓰지만, 이 집은 그런 타협은 고려조차 하지 않은 집같다. 그래도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으니, 바로 어묵사리(2,000). 삼각형으로 썰어논 삶지 않은 생어묵이 나오는데, 이걸 찌개에 넣고 적당히 부풀어오를때까지 기다리면, 찌개의 국물은 강인한 신맛에서 수줍은 신맛으로, 그리고 칼칼함이 추가된다. 이 상태에서 먹어야 진짜 이 집의 김치찌개라고 불릴 수 있다. 찌개가 워낙 신맛에다 시원 칼칼한 맛이 강하여, 끼니로 먹기보단, 육수를 부어가며 한두잔의 소주를 기울일 안주의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그래보려고 했으나, 점심이라 넘겼다. 어묵사리 이외에 라면사리와 칼국수사리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미리 삶아서 내어놓는 칼국수사리를 추천한다. 라면사리는 라면을 김치찌개에 넣어서 먹어야하는데, 라면이 익으면서 나오는 전분으로 인해 국물이 걸쭉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이 집의 김치찌개는 깔끔한 신맛이기 때문에 국물이 걸쭉해진다면, 맛이 반감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밥에 말아먹기에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김치찌개의 맛으로 따지면 은주정과는 반대방향의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돼지고기가 팍팍 들어가 김치의 시원한 맛과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어우러진 정석적인 김치찌개와는 맛이 다르다. 신맛을 베이스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을 내는 김치찌개이기 때문에, 끼니보다는 친구 한둘과 함께 술 한잔하러 가길 추천한다. 나도 날이 따뜻해지고 패딩이 아닌 긴팔티를 입게 될 때, 야장에 앉아서 먹고 싶어지는 그런 김치찌개다. 물론 영업시간 확인을 잘해야 할것이다.
간판없는 김치찌개집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