쫜쫜한 뭉티기에 소주 한 잔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집이다. 공구시장 근처에 뜬금없이 있어 사람이 많을까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다. 뭘 주문할까 하다가 생고기와 생차돌박이 반반을 주문했다. 기본찬으로 주는 콩나물국, 배추전은 그야말로 딱 술안주고 오랜만에 나온 삶은 땅콩 덕분에 추억이 돋았다. 살짝 늘어질때쯤 생고기+생차돌박이가 나왔다. 생고기의 붉다못해 검은 빛깔에서 쫀득함을 느꼈고, 왜 뭉티기만 보면 접시를 뒤집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지 이해가 갔다. 그에 반해 생차돌박이는 익숙하면서 생소한 비주얼이었다. 얇고 넓은 차돌박이가 아닌, 짧고 두꺼운 차돌박이는 의아함을 안겨주었지만, 두꺼운 비계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을 남겼다. 한 사람당 앞에 양념장이 놓여있고 그걸 입맛대로 찍어 먹으면 된다. 참기름향이 몰아치는 동시에 살짝 짭짤함과 감칠맛이 나는 양념장은 식감과 담백함이 전부인 생고기에 다채로움을 안겨줬다. 액젓이 조금 들어가 있어 색다른 감칠맛이 나는 양념장이었다. 생고기가 쫜쫜하면서 담백한 맛을 낸다면 생차돌박이는 다른 맛이었다. 두터운 비계가 주는 소의 기름맛은 버터와 같이 부드러운 고소한 맛과 더불어 살짝의 느끼함을 동시에 안겨다 주었다. 그런 느끼함을 덜어내는데 의외의 역할을 한게 생강이었다. 채썬 생강이 있어서 이게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강의 매운맛이 차돌박이가 주는 옅은 느끼함을 꽉 잡아주었다. 생고기와 생차돌박이를 거침없이 먹다가 칼칼한 콩나물국을 먹고 그러다 또 한잔을 마시게되면 무한한 굴레에 빠지게 되는 느낌이다. 역시 대구에 가면 생고기는 꼭 먹어야 한다.
티끌모아
대구 북구 칠성남로 189-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