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게리따 부팔라와 블랙 트러플 따야린 등을 먹었다. 마르게리따 피자는 토마토 모짜렐라 바질 세 가지의 단순한 조합이라 각 재료의 맛과 익힘으로 차이가 크게 생긴다. 기본 중에 기본이라 어디든 하지만 맛있는 곳은 드문 편. 빠넬로는 진한 토마토 과즙이 특징적이며 상당히 맛있는 편인 마르게리따가 나와 일분 일초를 다투며 재빨리 먹었다. 맛있는 피자는 시시각각 온기가 사라지며 맛이 감하는 게 아쉬워지기 때문. 다만, 매번 찾아 먹으면서도 역시 올라간 재료도 살짝 부족한 듯한 단순한 이 나폴리 피자가 이 가격이란 게 적응이 잘 되지 않기는 하다. 따야린은 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듬뿍 사용하여 얇게 뽑아낸 생면 파스타로 부드러우면서도 풍미가 있다. 블랙 트러플은 향이 미세한 편이라 단순한 버터 소스만으로 만든 파스타에 잘게 갈아서 올려 나왔는데, 향이 깃든 소스가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기엔 얇은 파스타가 적절한 듯하여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식감의 면임에도) 납득이 되는 조합이었다. 일견 불쾌하게 자극적이기까지 한 트러플 오일을 남용한 요리들이 유행이라 트러플을 싫어하게 된 경우라면 이런 요리를 먹어보는 것도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겠다 싶은 맛. 자극적이지 않고 섬세한 맛과 향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더라도 잠깐 지나면 다시 생각이 나는 그런 종류의 맛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철이 아니라 화이트 트러플은 주문할 수 없었다. 그래도 피자 도우로 접시 바닥까지 긁어 먹었으니 아쉬움은 없다. 이탈리안은 와인과 함께 할 때 그 맛이 배가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날도 네비올로 중에 한 병을 추천 받아 함께 즐겼다. 와인 리스트가 상당한 편이라 혼자 고르기 어려울 수 있는데 적절한 설명을 곁들인 추천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 외에도 (한 병을 주문한 경우) 사용하는 얇은 와인잔이나 오며가며 와인을 따라주는 소소한 서비스 등 접객의 기준이 일정 이상 되어 불편함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모로 재방문 의사가 충분한 곳.
빠넬로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29 건우상가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