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가 취향과 지향의 교차점에 광범위하게 위치한다면 비거니즘veganism은 가치지향의 측면에 더 정교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는 비건 식당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가치지향을 표상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있다. 환경을 생각해 무포장가게 네트워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 포장용기와 종이 봉투를 사용한다. 성별, 젠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공간을 좋아한다. 샌드위치, 파스타, 커피, 차, 간단한 음료를 판다. 날이 무더워 콜드 파스타를 먹어보았다. 작은 가게에 4인석 두 자리밖에 없어 그냥 포장해 먹었다. 예상대로 여럿인 손님들이 곧 들어오더라. 취나물 페스토와 토마토 마리네를 섞은 차가운 면 요리인데 짠 맛이 약간 도드라지나 싶다가도 토마토의 산미와 어우러져 끝까지 먹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카펠리니는 단단한 파스타보다는 살짝 소면에 가까운 식감이지만 그래서 외려 차가운 면 요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여름 식탁에 올리기에 손색이 없다. 동물성 단백질이 없는 요리라고 생각하면 가격이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통념의 벽을 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5 1층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