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접시, 한 접시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 같았던 곳.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어서 밀린 리뷰를 제쳐두고 먼저쓴다. 8월부터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엄청난 인기로 11월이 되어서나 방문할 수 있었다. 지금은 폐점한 루이쌍끄의 수셰프를 영입하셨다고 하더니 요리에 정말 웨스턴 터치가 많이 가미되어 있다. 전채요리격인 프로슈토로 감싼 감자사라다와 고등어 볶음밥 튀김. 야끼사바차항 튀김이 꼭 아란치니 같았다. 곁들인 레몬크림, 우메보시, 시소 등의 고명은 맛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쥬레 소스를(가다랑어, 다시마, 사케, 쌀식초등으로 만든 젤리 소스)곁들인 도화새우, 꽃새우, 성게소, 고구마와 사과. 새우의 달달한 맛에 쥬레소스의 새콤한 맛을 입혀서 한층 산뜻하다. 모시조개와 시금치 소스를 곁들인 고등어초절임과 감자퓨레, 감태. 이건 정말 소스가 다했다. 봉골레 소스 혹은 그 비슷한 양식 같으면서도 굉장히 일식다운 맛. 딱새우로 만든 비스큐 소스를 얹은 가리비와 양배추. 비스큐 소스가 달콤 짭잘하고 프렌치 느낌이 물씬. 가리비도 맛있지만 양배추가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었다. 야채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건가. 고료리켄의 시그니쳐라 불리는 민물장어구이와 생와사비. 수분기와 지방을 쭉 빼서 아주 바삭하다. 입에 넣을 때 구운면이 과자처럼 빠삭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그야말로 담백. 북방조개를 곁들인 파스타도 맛있었고, 계절에 맞게 나온 카키후라이도 정말 잘튀겼다. 하나도 비리지 않았음. 그리고 마지막 식사의 방점. 홍합과 게를 올린 오징어 먹물 보리 빠에야! 톡톡 터지는 보리의 식감과 게살의 조화가 좋았다. 역시 남이 발라준 대게살이 가장 맛있다. 디저트로는직접 만들었다는 옥수수, 고구마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얘도 맛있음..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빠짐없이 다 맛있다. 양도 많고, 구성도 매우 균형있다. 날 것, 튀긴 것, 찐 것, 구운 것 그리고 국물까지. 사시미 종류가 한 접시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도 같다. 한 가지 도드라지는 건, 염도. 모든 음식이 전반적으로 간이 강하다. 하지만 이건 술을 판매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생각.. 짭짤하긴 한데 딱 술 생각날 만큼만 짜다. 그리고 한 잔 곁들이면 더할나위없이 딱 맛있음ㅎ 조근조근 차분하게 요리를 설명 해주시는 김건 셰프님의 서비스도 좋고 음식은 이제 맛있다고 말하기도 지친다. 여러가지 의미로 엄청난 곳.. 또 오고 싶다.
고료리 켄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5-3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