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휴가 내고 평일 런치 플렉스하고 온 곳. 솔직히 첫인상은 정말 별로였지만.. 너무 맛있게 먹고 왔다. 셰프님이 단골인듯 보이는 손님과 계속 대화를 하는 반면, 식사 내내 내겐 말 한 마디도 안 붙여주셨다. 심지어 난 일행도 없이 혼자였는데. ㅎ.. 11시50분 예약이었으나 실제 식사는 12시 10분쯤 시작했고 셰프님과 다른 손님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며 아무말없이 외롭게 식사를 기다리는 그 20분이 정말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좀 언짢은 기분으로 식사를 시작. 그런데 처음 나온 사시미 3종에 심통난 마음이 완전히 녹아버림..(왕단순) 유자와 소금을 곁들인 광어는 더없이 산뜻하고, 껍질이 살짝 올라와 꼬들한 식감의 참돔은 고소하고 아까미 즈께는 보들보들 부드러운 식감에 간장에 미림이 들었는지 달달한 감칠맛이 있었다. 세 점 모두 완전히 취향. 샤리는 적초 맛이 돋보이는 구수한 스타일이다. 간도 딱 좋다. 입안에서 막 사르르 풀리는 그런 느낌은 아니고 살짝 매트한데 그래도 알알이 굴러다니는 맛이 있다. 이 날의 베스트 피스는 아카미 즈케와 아부리한 니싱. 아카미는 먹고서 이거 대박이다.. 했다. 산미와 함께 입안에서 사르르 풀어진다. 그리고 아부리를 씨게 해서 거의 고동색을 띄는 니싱은 진짜 인생서 먹은 중 으뜸. 너무 맛있어서 앵콜까지 했다. 이거 먹으러 다시 가고 싶을 정도. 달콤하게 조미된 우니소스가 올라간 관자도 매우 맛있었다. 통통하고 입안 가득 꽉 차는 풍성함에 녹아드는 달콤함까지 ㅠ 아쉬웠던 피스는 시마아지. 살이 넘 서걱서걱.. 그리고 단독으로 받은 우니는 상태가 좀 안좋았다. 특유의 녹진함도, 향도 거의 없다시피.. 서비스도 그렇고 아쉬움이 약간 있지만, 취향저격을 강하게 당해서 도저히 괜찮다를 줄 수가...없다는.. 다음엔 디너로도 와보고 싶다.
에비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8길 2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