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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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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1000번째 리뷰는 어린 암소 한우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하이엔드 소고기집 <소꿉> 암소는 숫소보다 특성상 지방질이 많고 근섬유가 얇아서 보다 부드럽지만, 종족보존을 위해 잘 잡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안그래도 귀한 암소를, 그 중에서도 입수 난이도가 극상이라는 어린 암소만을 취급한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식당. 모든 테이블이 다 독립된 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는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소규모 모임을 하기 좋은 느낌이다. 주문을 하면 고기를 직접 저울 위에 올려 몇그램인지 보여주고, 한 점씩 정성스럽게 익혀준다. 익힘정도가 괜찮은지 틈틈히 확인해줄 정도로 섬세하게 서비스를 해준다. <사장님은 열정의 고기마스터> 이 날 운 좋게 사장님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어 볼 수 있었는데, 직접 축산시장에서 고기 해체 작업까지 배울정도로 고기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분이다. 사장님의 철학은 '고기 본연 그대로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하는 것이라, 소꿉은 냉장숙성 이외에 별도의 에이징 과정은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드라이에이징, 웻에이징 등의 인공적인 숙성이 필요한 고기는 이미 맛없는 고기라는 증거라며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어나더레벨 소고기> 사장님의 소고기 강의를 듣고 나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맛없기만 해봐 어디' 하는 심정이 들었는데, 먹고 너무 충격 받았다. 원래 나는 고알못이라 부위별로 다른 육향의 미세한 차이 같은 걸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제대로 느껴버림. 정말 달랐다. 특히 확 와닿았던 건 바로 토시살!! 소 한 마리에서 500g정도만 나온다는 특수부위로 기본적으론 안창살과 비슷하지만, 횡경막 부분이라 기름이 적고 간(내장) 바로 밑에 있어 육향이 진한 부위이다. 제일 좋아하는 부위인 안심이 이 날 준비가 되지 않아, 시무룩해하던 차에 그 아쉬움을 단박에 날려버렸다. 씹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육향의 진함이 정말 말도 안된다. 어나더레벨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뒤이어 먹은 안창살과 꽃등심도 정말 맛있었다. 천상계의 맛 ㅠㅠ <고기를 더 특별하게 해주는 숯과 소금> 하이엔드 소고기 전문점에서 주로 보던 것은 비장탄인데, 이곳은 도토리나무 참숯을 사용한다. 2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한 달 간 구워낸 특수한 숯이라고 한다. 금속처럼 단단한 경도를 자랑하고 굽는 동안 재가 잘 날리지 않으며, 일정한 화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숯향이 거의 나지 않아서 고기 본연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특징이 있다. 소금은 게랑드 프랑스 소금, 트러플소금, 히말라야 암염 3가지가 제공되고 오른쪽으로 갈 수록 염도가 더 짙다. 개인적으론 가장 염도가 낮다는 게랑드 소금이 가장 좋았다. 살짝 고소하면서 짠맛. 고급식당이라 내 인생에 여길 또 올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돈 많이 벌어서 한 번쯤은 더 오고 싶다. 한남점과 청담점 두 개의 지점이 있고,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소꿉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81길 18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