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산세바스티안 최고의 핀쵸스 바로 Borda Berri를 꼽는 사람이 많지만, 원래 올드타운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La Cuchara de San Telmo였다. 사실 Borda Berri는 여기의 2호점 격으로 시작했다가 본점보다 더 대박이 나버리는 바람에 아예 독립한 곳. 그런 연유로 인해 서로 겹치는 메뉴가 많다. 실력파 강호인 탓에 손님이 바글바글했고, 시키려는 음식마다 품절이라고 안 된다는 통에 다양하게 시켜먹질 못했다. 특히 이 집의 자랑이라는 리조또와 문어 요리를 못 먹어서 몹시 아쉬움😤 사람들한테 치이느라 정신 없어서 사진도 많이 못 찍었네😓 첫 번째 사진은 두툼한 아구 뽈살에 베요타 햄을 돌돌 말아 구운 요리. 아구찜 먹을 때도 인기 있는 그 동그란 부위에 햄을 감아 팬프라잉했고, 두 식재료와 모두 어울리는 로메스코 소스를 아래에 깔았다. 두 번째로는 이미 Borda Berri에서 먹어본 적 있는 송아지 볼살 찜. 고기는 잘게 찢어 리오하 레드 와인에 진하게 색을 냈고, 위에는 큐민과 에스플렛 고추로 바스크 터치를 주었다. 고기 아래엔 접시에 크리미한 후무스와 함께 바질 소스, 와인 소스를 깔았다. 세 번째 사진은 살라망카 산 새끼 돼지를 천천히 로스팅한 뒤, 살짝 매콤한 맛을 낸 모과잼 소스와 약간의 바닐라 터치로 마무리한 요리. 처음에는 애플칠리 소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스페인에서 모과가 꽤 여러모로 활용되는 모양이었다. 이 요리도 다른 핀쵸스 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소스가 제각기 달라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사진은 워낙 다 품절이래서 직원한테 대체 그럼 남은 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추천해 준 부라타 치즈를 곁들인 조개 스튜. 치즈는 따뜻하게 데워 크림의 질감으로 만들었고, 그 위에 오렌지 껍질과 레몬 껍질로 향을 낸 오일을 뿌린 뒤 딜을 올렸다. 생긴 건 소박해 보이는데 따뜻한 치즈와 조개 국물의 궁합이 의외로 괜찮았음☺️ 이밖에도 돼지귀나 라비올리 등을 시켜봤는데 Borda Berri에서 먹었던 것보단 별로였다. 푸아그라의 경우엔 나쁘지 않았는데 나오자마자 해치워 버린 탓에 미처 사진을 남기지 못함. 두툼하게 썰어 팬프라잉한 뒤 사과 콤포트와 곁들인 요리였다. La Cuchara de San Telmo는 이번 핀쵸 투어 중 맛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이 집의 넘버원 요리들을 못 먹어봤기에 쉬이 평가하기 어렵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리조또와 문어를 먹어볼 것.
La Cuchara de San Telmo
31 de Agosto Kalea, 28, 20003 Donostia, Gipuzko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