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찾아가고 싶었던 곳인데, 블로그에 남긴 기록을 보니 10년 전. 찾아갈 때가 너무 지난게 아닌가 싶었다. 서울의 끝, 경기와의 경계에 있는 변방의 평냉집. 빛 바랜 간판이 10년 넘게 바뀌지 않은걸 보면 이제 3대가 아닌 4대로 넘어가지 않았을지 생각해본다. 서울의 평양냉면이 만 원 중반이 훌쩍 되는 순간에 오류동 평양냉면은 최근에서야 만 원이 되었다. 밖에서는 쓰러질 것 같은 단층 건물이지만 안쪽은 한 번 리모델링을 거쳤다. 10년전의 털썩 앉아먹는 좌식에서 의자에 앉아 먹는 입식으로도 바뀐것도 크다. 보통 30분 단위로 귾을 브레이크 타임이 독특한데 2시 40분부터 4시까지이다. 메뉴는 여전히 투박한건 곱배기는 있어도 반이라는 메뉴가 없다. 편육아니 녹두전은 반만 먹고 싶어도 하나는 먹어야 한다. 테이블 한 편에 놓인 수저통에는 오직 젓가락만 드러가 있다. 대형 보온병에서 따라주는 육수는 첫 잔만 제공하고 그 뒤로는 셀프. 짭조름한 염분의 맛 뒤로 고기의 맛이 선명. 맛이 진하거나 엷지 않은 중간정도였는데 육수에 면수를 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0년전에는 브레이크 타임전 육수통의 마지막 한 방울을 털털 털어먹은 추억이 있다. 이렇게 김치를 깔아주는 평내입이 있었던가 생각하며 받게된다. 아마 편육때문인가 싶었는데 맛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겟다 싶었다. ■편육 어디서는 제육으로 불리는 삶은 돼지고기. 접시에 고기면이 보이게 한점씩 넓게 펼쳐서 나오는데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낮게 깔리는 돼지의 육향을 즐길 수 있다. 편육은 촉촉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조금 모자르지 않나 싶었다. 새우젓으로 채우지 못하구나 싶을 때 김치와 조합으로 먹어보기 시작 했다. 왜 김치가 나오는가 의문이 풀리는 순간. 무김치는 짭조름하게 맛을 깔아주며, 배추김치는 양념맛을 더해주고 새콤한 맛을 깔아준다. 부족한 촉촉함을 채워주는 순간, 아주 잘 어울린다. 여기는 편육에 김치 필수다. ■평양냉면 가게에 붙어있는 문구로는 주문을 하면 그제야 면을 뽑는다고 한다. 그래서 약간이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명은 오이 약간, 작게 자른 수육 두 점, 삶은 계란이 전부. 오이는 새콤달콤하지만 단맛이 진해 면과는 필수. 수육고기는 좀 작지 않나 싶은데 고소한 맛이 좋다. 면은 가벼운 회색빛이 도는 흰 색. 바로 나왔을 처으보다는 육수에 들어간 시간이 좀 지나야 맛이 들기 시작하는 듯하다. 특정 맛이 있다기 보다 순수하게 담백함 위주이며, 그래서 꾸밈없게 느껴진다. 면이 중간정도 남았을 때에는 육수의 염도가 전달되어 간을 주기도. 육수는 온육수를 먹을 때보다는 염도가 적은 짭조름함이 있으며 기교나 꾸밈없이 수수하다. 잔잔한 호수같다랄까. 탁한육수이며 얼음을 쓰지않는 거냉방식. 차갑지는 않지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 맛을 보기엔 딱 좋은 온도이다. 냉면 육수는 밑바닥을 향할수록 고기의 농도가 진해지고 새콤한 맛도 올라온다. 늘 그렇듯이 육수를 다 비울 수 밖에 없게되는 순간.
평양면옥
서울 구로구 고척로10길 6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