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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륩쯉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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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거북바위에 대한 전설을 아시나요? 사장님이 연희동에서 미용실을 오래 하시다가 주문진으로 건너와 이곳에 식당을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아 소나무 씨가 날아와 거북바위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스님들이 이렇게 바위에서 소나무가 자라는 건 처음 본다며 길하다 하셨단다. 바위 주변으로 조적을 둘러 수조를 만들고 그 안에 거북이, 금붕어를 키웠다고 한다. 길한 바위이니 우리 부부에게 소원을 빌고 가라 하셨다. 비시즌이라 그런지 점심시간 임에도 주차장에 차가 없어서 차를 세워두고 영업하시냐고 물으러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신발 신고 들어왔다고 깜짝 놀라셨고 나는 바로 사과드렸다. 예상치 못한 허름한 풍경에 아내는 약간 표정이 어색했고, 아이는 할머니 같은 사장님의 반색에 낯설어하면서도 좋아했다. 손님은 우리 뿐이었고 귀가 잘 안들리시는지 사장님은 ‘불타는 장미단’이라는 나는 처음 보는 트롯 예능을 크게 틀어두고 계셨다. 양해를 구하고 볼륨을 조금 낮췄다. 우리 부부와 아이, 그리고 불타는 장미단과 사장님만 있는 가게에 얼마 지나지 않아 눈빛이 형형한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아저씨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홀에 사람이 안보이자 주방에 기웃거리듯 들어가서 사장님에게 ”비막“을 주문했다. 사장님이 귀가 어두우셔서 못들었나 아니면 아저씨가 멋대로 줄여 부른 메뉴명 때문인가 몇 번의 말이 오가며 불통이 계속 됐고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전화선이 마침내 연결된 것처럼 아저씨의 주문이 겨우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괜히 마음을 졸였다. 사장님이 한참 뒤에 우리와 아저씨 테이블에 반찬을 내주시고, 아주 오래 걸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서울에서라면 참기 어려웠을 시간이 지난 후에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 주셨다. 그러고는 아저씨에게는 “많이 드렸어요”, 우리에겐 아이를 보며 연신 예쁘다며 칭찬을 하셨다. 아저씨는 고봉밥처럼 쌓아올린 막국수를 보며 기함을 하며 너무 많이 주셨다며 다음엔 반만 달라고 불평했다. 사장님은 ”우리 가게 처음인가?“ 라고 묻고 아저씨는 처음왔는데 이 근처에 산다고, 지나가다 들렀다 했다. 아저씨는 남기면 아깝다는 둥 사장님 때문에 오늘 나의 다이어트가 실패했다는 둥 너스레를 떨고 80대 사장님은 이에 질세라 남기면 개 씻어주면 된다며, 마당에 개 못봤냐며 쟤가 24세라고, 동물병원 원장이 와서 어떻게 이렇게 건강하냐 물어서, 그게 바로 메밀 때문이라고 메밀의 효능으로 아저씨의 너스레를 받아쳤다. 그리고는 80대 할머니와 50대 아저씨가 동네 개발 얘기, 이곳에 오게된 얘기를 나누고 그러다 중간중간 우리 부부와 아이를 보며 귀여워 했다. 80대 할머니는 살아보면 딸이 꼭 필요하다며 둘째는 딸을 낳으라고 하고 50대 아저씨는 요새 애는 다 돈이라며 미대 준비하는 둘째 딸 미술학원비 얘길 꺼냈다. 80대 할머니는 대단한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그래도 키우기 좋지 않겠냐며 갑자기 정치색을 드러냈고, 내가 갑자기 발끈해서 대통령도 애 없잖아요라고 했더니 아저씨는 묘한 동의의 웃음을 보였다. 아저씨는 서울에서 사무직으로 살다 몇 년 전에 이곳에 내려왔다고 한다. 내려와보니 여긴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한데, 남자들은 비리비리하고 한량들만 있더라 했더니 사장님은 바닷가는 다 그렇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장님의 거북바위 이야기를 듣더니 아저씨는 본인은 사찰 개보수, 신축 공사 일을 한다고 밝히며 어느 절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당에서 홀로 작업하다가 문득 어떤 바람이 스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며 본인은 천주교지만 전국에 진신사리를 모신 다섯 곳 중 통도사를 제외하고 모두 가봤다고 했다. 사장님은 거북바위에 가서 소원을 빌고 가라며 하셨다. 막국수를 다 먹고난 아저씨는 사장님에게 다음에는 꼭 반만 달라며 양이 너무 많다고 아니면 안 올거라는 귀여운 협박을 하고, 우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조심히 가시라며 인사하고, 사장님은 손수 밖으로 같이 나가 거북바위를 소개해주고 차에 타는 아저씨를 배웅하셨다. 아저씨는 사장님께 건강하시라며 덕담을 남기고 떠났다. 이 짧은 만남을 보면서 나는 사장님과 아저씨가 그리고 우리가 어떤 관계로 잠시나마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느리게 나오는 음식, 시끄러운 TV 소리가 가득한 식당은 처음 온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사장님은 서울에서 온 부부에게 자녀계획을 강요하며 불쾌한 말을 한 것일수도 있었다. 너무 많이 줬다며 불평한 아저씨는 음식점 사장에게 불필요한 불평을 한 것일 수도 있었다. 서울살이를 그만하고 지역에 내려와 새 삶을 살아낸 두 분의 모습이 진심으로 대단해보였다. 운동하듯 일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체력과 적당한 너스레까지 갖춘 아저씨를 나는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어떤 아저씨가 될 것인가?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 막국수가 정말 양이 많지만 맛도 슴슴하니 좋아요. 면이 탱글하지 않은 걸 보니 메밀 함량이 많은 면인가 싶기도 합니다. * 곰탕을 주시면서 “애기는 고기 주지마”라고 하셔서 당황했는데 사태라 질기다며 주지 말라고 한 것이었는데 전혀 질기지 않았고 질기면 뱉는 4세 아이도 너무 잘 먹었답니다. 그리고 고기 정말 많이 주시고 맛있습니다. 2명이 간다면 꼭 곰탕+막국수로 주문해야 반찬도 즐길 수 있습니다. * 반찬은 신김치, 콩장, 깻잎무침, 무피클, 마늘 장아찌 등을 주셨고 아저씨는 깻잎무침이 대박이라는 평을 남기셨고 동의합니다. * 거북바위에서는 가족의 건강을 빌었습니다. 둘째 소원은 빌지 않았습니다…

거북바위 식당

강원 양양군 현남면 화상천로 58-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