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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k
별로예요
2년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므로 오늘은 꼭 닭육수와 탄수화물의 환상적인 조합을 먹어야했다. 근처의 단골집이 하필 휴무라 지나다니다 눈여겨본 멘야 준을 방문. 첫 방문에는 대표 메뉴1과 사이드1이 정석이니 시오와 차슈 꼬다리를 썰어 얹은 덮밥을 주문했다. 첫입에는 얼핏 짱짱한 염도와 면의 질감, 부드러운 기름기가 느껴지니 제법이다 싶다가 금세 나자빠지는 면과 단순하고 얄팍한 육수가 밑천을 드러낸다. 덮밥의 차슈는 수비드 기계와 토치의 덕을 봤지만 아무 덕도 보지 못한 밥의 상태는 처참하다. 묵은 쌀로 고슬하게 지어봤자 쌀은 다 깨져있고 푸석하기만 할뿐. 먹다보니 눈앞에 이상한 안내문이 있다. 파이워터라는 체내활성수로 음식을 한단다. 이게 무슨 육각수의 부활같은 신박한 유머인가 싶었지만 혹시 저게 진심이면 안타깝게도 이들은 사기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해 동정할 수 없는 것은 지정해준 자리에 착석하기 전 국물이 튄 의자를 직접 냅킨으로 닦고 있는 손님을 보고도 한마디가 없다가 다른 테이블에서 다 먹은 식기를 걷어 내 어깨 위를 지나 설거지 직원에게 넘겨주는 희박한 서비스 정신 때문이다. 부디 이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탄수화물과 염분을 먹기위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음식이 맛있고 좋아서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멘야 준

서울 마포구 동교로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