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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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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아름다운 곳 어느 노부부의 세월을 품고 있는 가정집에서 스웨덴 바리스타 뷰클런즈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데는 윤소정 씨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녀는 매일 밤 글로써 과거를 벗고 미래를 그리는 에세이스트이고, 교육, 심리치유, 패션, 요식업 등 광범위한 분야를 기획해 온 기획자이며, 한 기업의 대표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성인이 되어 입학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코로나 직전 시기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서 “As being myself,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를 꼽고 있다. 그 대표 사례로서 언급되고 있는 “나를 공부하는 학교, 인큐”는, 공교롭게도 그 무렵 규모를 키우고 업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을 중지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현재는 해당 기업의 자회사 “뛰어노는 논술”이 나를 공부하는 공간을 계승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더 이상 성인이 아니다. 그곳이 아직 “나를 공부하는 학교, 인큐”일 때, 1년 간 모든 수업에 참여하며 나다움에 관하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매 수업의 마지막 주차마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들은 말씀하셨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그곳에, 그 자리에 서 있겠다고. 지치고 힘이 들 때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뷰클런즈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획된 공간이다. 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테지만, 나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모였던 이들을 위한 공간이 제공하는 휴식으로써 북유럽의 Lagom이 채택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곳의 바리스타들은 자신이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휴식 경험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있다. “Lagom :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서, 8~11세기 바이킹 시대부터 지금까지 스웨덴 문화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덕목입니다. 영혼을 갈아 넣어야만 이룰 수 있는 야심찬 계획보다는, 나에게 충분한 일, 실현 가능한 일들로 하루를 채우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고,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요. 균형 잡힌 일상을 통해 가족, 이웃, 주변 친구들까지 조화롭게 사는 것. 스웨덴의 라곰 문화가 지향하는 삶의 철학입니다.“ 손발이 얼어버릴 만큼 시린 겨울.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밤. 인간의 이기심보다 자연의 매서움이 훨씬 강했던 곳, 그곳이 바로 북유럽이다. 그래서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만날 수 없었던, 자연 앞에 선 생존자들. 남들이 경험하는 나를 신경 쓰기에는, 내가 나를 경험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날씨의 축복을 받은 지역의 문화적 특징은, 관계적 자아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집 밖에 나와 사람들과 교류할 시간과 공간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뷰클런즈와 그의 친구들은 믿는다. 자기 자신밖에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의 문화에 있다고. 나를 틀에 구겨 넣는 일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自) 그러했던(然)” 내 모습을 회복하는 열쇠 말이다. 어떠한 자격증이나 수료증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경험이었던 나날들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태도가 되고, 방법이 되었다. 나를 공부하는 학교의 다른 졸업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이 이곳으로 돌아와 회복하고 싶은 태도는 무엇일까. 자아존중감? 무위이화? 사색? 또 이곳을 찾는 다른 이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오는 걸까.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팔로산토 향이 그윽한 이곳 문을 열고 나와 현실의 공기를 다시 마주했을 때, 빛 바랬던 한 문장이 선명해져 있을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나답게 빛나면 된다는 것.

뷰클런즈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3길 1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