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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가정집에서 써내려가는 달콤한 이야기 아키비스트를 알게 되기 전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던 아인슈페너 맛집이었다. 상수역에 본점이 있고, 남영역에 위치한 이곳은 분점인데, 본점지향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상수점이 아니라 남영점에 자주 가는 이유는 옛 가정집을 재사용한 이쪽 인테리어가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물론, 본점과 분점의 맛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섞지 말고 크림과 라떼를 동시에 드시면 되세요”가, 아인슈패너를 음미하는 표준적인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햄버거 세트도 햄버거와 감자 튀김을 동시에 먹지 않고 순차로 해치우는 쪽이라, 아인슈패너도 크림을 먼저 맛보고 나서 그 달달함을 라떼의 고소함으로 중화시키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라떼와 섞이지 않을 만큼 쫀쫀한 크림과 담백한 라떼를 선호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곳도 상당히 쫀쫀한 크림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크림을 다 먹고 나면 라떼에 크림이 조금 섞여 있고, 그래서인지 라떼는 담백한 쪽보다는 달달한 쪽에 더 가깝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은 나의 입맛이 한쪽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장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달려가 여유를 부리다가 통유리창 너머 보이는 웨이팅 줄을 보게 된다면, 대중의 입맛을 꽉 잡은 곳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 1711번 버스 좌석에 앉기 위해 선택하는 하차역일 뿐이었던 남영역에 달달한 이야기 한 페이지를 남기게 해준 이곳이 부디 오래토록 그 자리를 지키기를 소망한다.

오츠 커피

서울 용산구 원효로89길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