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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냉면 처음부터 고퀄리티 처음 알게 된 계기는 푸딘코. 이 근방에서 진행되는 부트캠프 다닐 때 게시물을 보고 저장해둔 곳이다. 수료할 때까지 끝내 못 가보고 한참을 방치했다가, 최근 가수 성시경 씨의 맛집 시리즈 ”먹을텐데“에 출현한 가게임을 알게 되면서 이곳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었다. 비냉은 여의도 유명 평냉집에서 한 번 먹어봤는데, 물냉으로는 처음이다. 누군가에게는 여름 소울푸드, 또 다른 이에게는 걸레 빤 물에 불과한 이 음식이 과연 나에게는 어떤 문장으로 기록될 것인가. 기대 반, 두려움 반을 안고 버스에서 내렸다. 저녁 개장 시각인 다섯 시가 되기 10분 전. 내 앞으로 웨이팅이 벌써 다섯이었다. 성수동이니, 압구정이니 핫하디 핫한 동네가 아님에도 평일에 이 정도라면 찐 맛집인 거다. 수육이나 녹두전도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이드와의 조화보다는 단독이 품은 고유한 맛을 즐기고파 물냉만을 주문했다. 투명한 가운데 노릿빛이 살짝 감도는 국물과 정갈한 면 두 덩이가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들어가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을 부여잡고 국문을 한 입 먹어보았다. 이게 슴슴한 맛이라고!? 사람마다 형용사에 부여하는 주관적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이 맛은 결코 ”흐릿한“ 맛이 아니었다. 무척이나 선명했다. (소금 간을 조금 덜었다면 내 입맛에 딱 맞았겠지만, 그리하면 대중의 취향에서는 한 발자국 뒷걸음질치는 격이었으리라-) 곧이어 올라오는 육향까지! 면 가닥가닥에 그 향이 깊이 베어 있었다. 문제는 양이었다. 평소처럼 곱빼기를 주문했다. 이곳 리뷰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양이 많다“는 건데, 냉면은 양이 쥐꼬리만하다는 편견, 솔직히 나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닐 걸? 크게 후회했다. 이날 냉면 빼고 먹은 거라고는 삶은 감자 하나, 삶은 계란 하나, 땅콩 잼 바른 식빵 한 장에 빠삐코 하나. 그럼에도 두 시간을 꼬박 걷고서도 소화가 다 되지 않을 정도였다. 평양냉면 시작을 너무 고퀄리티로 끊은 게 아닐까 싶지만, 검증 절차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음식은 내 여름 소울푸드로 정착될 듯하다. (다음에 또 이곳을 방문한다면 절대 곱빼기를 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곁들이며-)

진영면옥

서울 금천구 가산로 22-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