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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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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 평양냉면 처음부터 고퀄리티 이 근방에서 진행하는 부트캠프를 다닐 때 저장해둔 곳이었다.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 맛집 블로거 푸딘코였는데,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한참이 지나도록 방치해두었다가 최근에 가수 성시경 씨의 맛집 시리즈 “먹을텐데”에 출현한 가게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곳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되어갔다. 비빔냉면은 여의도 정인면옥에서 한 번 먹은 바 있지만, 물냉면으로는 처음이다. 누군가에게는 여름 소울푸드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걸레 빤 물에 불과한 이 음식이 과연 나에게는 어떤 문장으로 기록될 것인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을 안고 버스에서 내렸다. 저녁 개장 시간인 5시 되기 10분 전이었는데, 벌써 내 앞으로 웨이팅이 다섯이었다. 내가 진짜 맛집을 찾아왔구나,하는 흥분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였으니, 이는 후술하겠다. 수육이나 녹두전 등도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이드와의 조화보다는 단독이 주는 고유한 맛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물냉면만을 주문했다.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투명한 가운데 노릿빛이 살짝 감도는 국물과 정갈한 면 두 덩이가 들어가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을 부여잡고 국물을 한 입 먹어보았다. 이게 슴슴한 맛이라고? 사람마다 형용사에 부여하는 주관적 해석이 다를 수 있겠으나 나에게 이 맛은 전혀 ‘흐릿한’ 맛이 아니었다. 무척이나 선명했다. (소금 간을 조금만 덜 했으면 내 입맛에 딱 맞았겠지만 그리하면 대중의 취향에서는 한 발자국 뒷걸음질치는 격이었으리라.) 곧이어 올라오는 육향까지! 면 가닥가닥에까지 그 맛과 향이 깊이 베어 있었다. 미각과 후각에 집중해야만 겨우 느낄 수 있는, 그런 선명도가 아니었다. 황홀했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는 건, 양이었다. 평소처럼 곱빼기를 주문했다. 이곳 리뷰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양이 많다는 건데, 그럼에도 냉면은 양이 쥐꼬리만하다는 편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크게 후회했다. 성인 남성 두 명이서 다투지 않고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었다고나 할까(..) 이날 냉면 빼고 먹은 거라고는 삶은 감자 하나, 삶은 계란 하나, 땅콩 잼 바른 식빵 한 장에 빠삐코 하나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두 시간 꼬박 걷고서도 소화가 다 되지 않을 만큼 어마무시했다. (중간에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마음을 담아 대접하시는 사장님께서 혹여 맛이 없었다고 오해하실까봐 소심한 인프제는 다 먹어버렸다.) 평양냉면 시작을 너무 고퀄리티로 끊은 게 아닐까 싶지만, 검증 절차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평양냉면은 내 여름 소울푸드로 정착될 듯하다.

진영면옥

서울 금천구 가산로 22-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