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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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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 고즈넉한 동네에서 즐기는 당근 케이크 당근 케이크 본좌는 도산공원의 세시셀라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근방에 갈 일이 거의 없기도 하고, 그 동네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기에, 맛집 탐방 7년차임에도 아직 방문하기를 미루고 있다. 아니, 어쩌면 ’상상 그 이상의 맛’은 아니지만, ‘알아서 무서운 맛’을 자랑하는 곳이, 나의 대학생 시절 등하굣길 그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음을 탓하는 게 적절할 수도 있겠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경복궁 옆 고즈넉한 동네를 걷다 보면 나오는, 간판 없는 자그마한 카페. 소개 문구에는 당근 케이크만을 걸어놓고 있지만, 그밖에 초코 케이크, 딸기 케이크까지, 케이크라는 바탕 위에 각각의 재료들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바로 그 맛을 잘 살려 놓았다. 케이크만 노리고 갔다가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생과일 주스와 그라니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여담으로, 이곳 사장님이 탤런트 김나영 씨가 집을 인테리어할 때 조언해주었을 만큼 실내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꽂혀 있는 디자인 서적,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심지어 전구들까지. 이 자그마한 공간의 미학을 써내려가는 한 문장 같다. 소규모 갤러리 풍의 공간 속에서, 생과일의 상큼함과 케이크의 달콤함을 즐기는 나른한 오후가 되기를 기원하며.

엠케이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