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해진 날씨를 한껏 느끼다보면 말없이 조용한 데 가서 볶음밥 먹고 싶어질 때가 있지. 꽤 오래 못 갔던 그 곳을 찾았다. 늘 평소처럼 간짜장이랑 볶음밥을 같이 주문한다. 크지 않은 가게라 모든 음식을 하나씩 만드시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하나 먹고 하나 추가하면 정말 한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걸 단골만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골이 좋은 게다. 평소에 사람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막 마구 줄 서는 곳도 아닌데 이 날 따라 벤츠가 그 좁은 골목길 비집고 들어와 주차장 어디냐고 따지는 졸부스런 꼴도 보이길래 뭔일 있었냐 했더니 무슨 방송 프로에 나왔다고. ‘아이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처럼 자주는 아니어도 오래는 다닌 사람은 자리 나면 조용히 앉아서 주문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처음 온 뜨내기들이 왜 자꾸 ‘주문할게요!’ ‘아니 주문도 안 받아?’ 이러고 자빠진 거냐고. 여기 당신네들 굽신굽신하라고 있는 가게 아닌데 말이죠. 각설하고, 그날따라 말없이 앉아있는 손님이 고마웠는지 ‘두 개 같이 드릴게유’ 하시는 아드님이 짠하다. 가격은 ‘싼’ 편이지만 양이 그렇다고 막 많은 건 아니어서 두 개를 같이 시켜야 정량인 사람도 꽤 있는 걸로 안다. 고소한 옛맛의 짜장, 그리고 요즘 겉멋든 볶음밥처럼 불맛 불향 따위보다 고슬포슬한 느낌의 볶음밥, 그리고 식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계란국 내어주는 게 고마워 잊지 못하는 곳. 계산하고 나가면서 ‘아이고.. 그럼 이제 닭도리탕은 엄두도 못내시겠네요..’ 했더니 그제서야 ‘씨익’ 웃으시며 한 마디 하신다. ‘아휴 못하죠...(절레절레)’. 사실 금문장 최고의 메뉴는 닭도리탕이었는데 말이다. 뭣도 모르고 방송 나왔다고 그 좁은 골목에 벤츠 비집고 들어와 주문 안 받는다고 목소리 높이는 초짜 손님들 때문에 피해는 오래 다닌 단골들이 받는다. 이래서 먹방 프로는 다 사라져야 한다. 옘병.
금문장
서울 종로구 지봉로8길 45 1층
DJ the Kid @djthekid
자장면이 2500이라구요? 뭔가 업데이트를 안한거 아닌가..
곰박사 @arsene99
@djthekid ㅎㅎㅎ 아닙니다 ㅎㅎ 아직도 짜장 2500, 짬뽕 3000 입니다 ㅎㅎㅎ간짜장 3500 이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