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박사
추천해요
3년

춘천의 나이 좀 씹으셨다는 어른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나 어릴 적에 집사람이랑 데이트 한다고 칼질한다 하면 무적권 함지였어…’ 하기에, 춘천 1박할 기회에 들러보았고 맛과 함께 시간의 감동을 먹고 나옴. 입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내 나이와 똑같이 1981년에 태어난 레스토랑. 너어무 옛날 나 어릴 적 부산 영광도서 앞에 있던 ‘호수그릴’ 같고 막… 응?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 80년대 경양식 레스토랑 집의 바, 사각테이블과 미니룸식 프라이빗 공간, 화분, 그리고 늘그막한 어르신들 부부들. 이 곳은 놀라운 게, 처음 오픈 당시에 같이 일을 시작했던 쉐프와 서버, 사장님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아직 그대로 같이 일하고 계신다고. 나이 지긋하신 흰머리 어른들께서 흰 와이샤쓰에 기지바지 입고 세상 정중하게 주문 기다리고 주문 받고 기물 세팅하는데 진짜 시간 여행이 따로 없다. 정말 말 그대로 ‘올드-패션드(Old-Fashioned)의 정석. 2만5천원 함지 정식을 먹었는데 무려.. 무려… ‘야채 슾’이 나오는 순간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맺힐 뻔 해따.. ‘양송이와 야채 어떻게 드릴까요..’ 하실때 야채를 주문하고 ‘혹시나.. 정말..?’하고 기대했던 그 비주얼, 그 맛 그대로 ..흑흑. 일부러 후추 세번 톡톡 쳐서 ‘스푼’으로 떠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더더욱 기절할 뻔 한 것은 무려..무려.. ‘빵과 라이스’가 같이 서빙된다는 것!! 아니 경양식의 꽃은 ‘밥과 빵 어느 걸로 하시겠습니까’ 인데.. 이걸 두 개 다 주는건 반칙 아닌가여… 따끈한 빵에 딸기잼 흑흑 ㅠㅠㅠ 접시밥에 단무지 흑흑흑 ㅠㅠㅠ 개꼰대 소리 들어도 좋아 ㅠㅠ 너네들이 이 맛을 아냐고 흑흑 ㅠ. 함박, 비후, 생선(원래는 왕새우)으로 구성된 함지 정식은 단순히 지역 로컬들의 추억을 보존하고 있는 하나의 식당이 아니라 우리의 80,90년대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맛의 박물관이다. 춘천에 가면 아무리 배가 찢어지게 불러도 함지를 반드시 들르고 말겠다는 결의와 함께, ‘커피, 녹차, 콜라, 사이다, 오렌지 주스 뭐로 드시겠습니까’ 하는 반백의 서버 어르신께 ‘오렌지 주스요’ 라고 대답하는 나는 80년대 국민학교에서 올백 받았다고 엄마에게 ‘비후까스’ 사달라고 조르는 그 때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함지 레스토랑

강원 춘천시 중앙로 101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