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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soulfood
추천해요
4년

- 100번째 리뷰, 자연주의 컨템포러리 다이닝의 진수 Good : 친절 또 친절, 높은 층고의 탁월한 개방감, 좋은 분위기, 맛있는 음식, 뛰어난 디저트, 서비스 디쉬 Bad : - 추천 : 디너 코스(1인 80,000->타 어플할인 30%) * 드디어 100번째 리뷰 ㅠㅠ... 이번 기회에 평소 애정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 언제부턴가 컨템포러리 다이닝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컨템포러리란 단어 자체는 패션계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했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트렌디함을 뜻하는 의미란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백화점에 가보면 명품관과 스파 브랜드 사이 정도에 위치해 있다. 식당에서도 파인 다이닝과 캐쥬얼 레스토랑 사이 정도를 이르는 말로 대부분 쓰이고 있다. 스시야로 치면 '미들급' 정도가 아닐까. <자르뎅페르뒤>는 계절에 맞는 식재료와 건강함을 중점으로 한 컨템포러리 다이닝이다. 이곳의 진가는 입장하면서 부터 느껴진다. 문을 열어주는 작은 서비스부터 반가운 인사, 적당한 온도로 덥혀진 물은 방문객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음식의 서빙은 점장이 직접하며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 먹는 순서, 의미를 함께 알려준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던 사람도 설명을 듣고 나면 조금은 경건해질 정도다. 식기는 음식이 바뀔 때마다 맞는 것을 함께 교체해준다. 코스라고 해서 2인분을 함께 내어주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식기에 1인분씩 따로 세팅해 주며, 둘의 식기 역시 항상 다른 것을 사용해 나만을 위한 음식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왼손잡이인 여자친구를 위해 항상 식기 세팅을 반대로 해주는 것도 몸에 밴 직업 의식이 아니면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음식 나오는 타이밍부터 자잘한 서비스야 말하면 입아프지만, 아직까지 이곳보다 편안하면서도 뛰어난 접객은 받아본 적이 없다. (일본을 포함해서도...)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의 진수는 '오마카세'이듯이, 컨템포러리 이상의 다이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코스가 좋다. 처음과 끝. 기승전결이 갖추어진 코스요리는 롤러코스터에 앉은 것처럼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정점에서 놀라운 희열을 선사한다. 프렌치에는 웰컴디쉬 개념의 어뮤즈 부쉬(Amuse-bouche)가 있다. 이번의 어뮤즈는 굴인데, 특별히 생굴을 못먹는 나를 위해서 튀긴굴로 조리법을 변경해주었다. 평소 굴을 손도 안대었지만 튀긴굴을 먹어보니 녹진하고 크리미한 끝맛이 왜 굴을 먹는 이유인지 조금은 알게 될 것 같았다. 여자친구인 Q는 생굴쪽이 훨씬 맛있다고... 생굴을 못 먹는 입장에선 매우 부럽다. <자르뎅페르뒤>. 비밀의 정원이란 이름답게 샐러드도 꽃밭을 한삽 퍼 올린 것처럼 총천연 색이다. 요거트 위에 얇게 썬 마를 올리고 자몽과 루꼴라, 발사믹 소스, 식용 꽃으로 장식을 한 건강한 샐러드. 뒤에 나온 라따뚜이는 기대보다 더 좋았다. 고기 일절 없이 애호박,가지, 방울토마토, 파프리카만으로 꾸덕하고 진하게 맛을 낸 자연주의 라따뚜이였다. 면 삶기도 완벽해서 여러모로 만족. 그 후에는 코스 순서에는 없는 리조또가 서비스로 나왔는데, 매장에서 테스트용으로 시식을 부탁했다. 진한 버섯향이 나는 고소한 리조또다. 진하고 토속적인 시골 된장이 들어간 된장 찌개에 꼬슬밥을 넣고 만든 죽같은 맛? 아무튼 이것도 매우 맛있었음. 사실 코스 메뉴를 먼저보고 가장 큰 기대를 한 것은 삼치였다. 고기 잘하는 레스토랑은 많아도 생선 잘하는 집은 드물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Q는 육고기보다는 생선파. 삼치는 늘 집에서 먹는 생선이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색달랐다. 바싹익혀서 불맛과 생선기름맛이 흘러 나오는 진한 삼치 구이가 아니었다. 반투명한 핑크빛 속심이 있었는데, 안에까지 충분이 익혔기 때문에 덜 익힌 것은 아니었다. 부드럽고 깨끗한 맛이었다. 소스로는 화이트와인과 버터, 양파,바질로 만든 노란 뵈르블랑 소스와 붉은 비트퓨레에 해바라기씨를 올린 소스 두 종류가 나왔는데 둘다 간이나 향이 매우 약했다. 가향가미가 약하다보니 삼치와 먹으면 맛을 덥거나 보완하는게 아니라 삼치 본연의 맛이 더 잘 느껴지는 듯 했다. (비트 소스는 피냄새를 맡고 날아온 나비 때처럼 보여서 플레이팅보고 약간 기겁했다.) 메인인 호주산 와규 보섭살 스테이크도 상당히 좋았다. 우선 생각보다 양이 많았는데, 커팅되어 나온 모양을 보면 안쓰고 잘라 낸 부위도 상당한 모양.. 겉의 시어링은 바삭하게 잘되어 있었고 속은 붉은 빛을 띄지만 잘 익어 있었다. 고기의 기름기가 적고 소스도 짜거나 시지 않다. 그래서 시어링부위의 고소함이 유독 강조되고 육향도 많이 느껴지는 편이다. 메쉬드 포테이도와 가니쉬로 나온 버섯들도 익힘이 과하지 않아서 향이 그대로 잘 살아 있었다. 이집에서 늘 만족스러운 것은 역시 디저트다. 얇은 시트가 폭 젖어 있는 거대한 티라미스. 음료는 아메리카노, 라떼, 루이보스, 녹차 중 아이스/핫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머그와 테이크 아웃 중 원하는 곳에 담아 준다. 이와 중에 두번째 서비스도 받았는데 크림슈가 들어간 귀여운 홈런볼(?)이었다. 밑에 깔린 것은 해바라기씨. 남은 것을 티라미스 위에 솔솔 뿌려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 원래는 식사 후 카페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디저트를 즐기다보니 이 식사 후에 다른 가게 음식을 바로 먹는 것이 좀 미안할 정도라 가볍게 쇼핑을 하게 되었다. 매해 기념일마다 오는 곳이지만 100번째 리뷰를 이곳으로 하고 싶어서 리뷰 페이스도 약간 조절했다. 갈때마다 너무 기분좋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돌아가는 곳. 코스 메뉴가 바뀔 때마다 또 가고 싶다.

자르뎅 페르뒤

서울 강남구 언주로 541 F&F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