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 브루 머신 xts를 쓴다고 해서 방문했다. 브룬디 무타나라는 한 가지 원두를 핸드 브루잉(7천원)과 배치 브루 아이스(6천원)로 같이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뜻밖에도 브루잉의 첫 맛은 텁텁함이었다. 입 속에서의 이 불편함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기에 어떤 맛인지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냥 일하면서, 일에 몰두하면서 무심히 삼켜야 하는 텁텁함인데, 이게 무슨 맛일까 하면서 미각을 동원하려니 텁텁함이 가로 막고 있는 거다. 그래도 애써 느껴 가면서 살구, 카카오, 귀리의 순서로 맛을 찾아갔다. 이 세 맛이 바디감의 바탕 위에서 깔끔하게 났다면 밸런스가 있었겠지만, 세 맛은 서로 얽혀서 부딪히고 있었다. 셋은 서로에게 나 좀 제발 놓아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배치브루 아이스는 '푸글렌 아이스 커피'라고 이름 붙여서 6천원을 매겼는데, 이해할 수 없다. 배치 브루 커피에 자기 브랜드의 이름을 붙여서 이 가격을 받는 게 말이 되나? 컵노트는 위의 브루잉의 세 노트가 아주 옅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을 찾자면 브루잉의 노트가 아이스에서 무너지지 않고 느껴졌다는 거다.) 내가 이해하기로 배치 브루는 맛에서 손해를 보고 대량 생산으로 노동력, 인건비를 줄여서 한 잔의 가격을 줄이는 데 그 미덕이 있는 거다. 그러면 사장, 직원, 손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타협의 음료가 되는 거다. 순전히 맛으로만 따지만 3,500원이 적당하고 브랜드와 자리값을 더하여 4,500원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제값을 논하기 전에 브랜딩의 근본적인 문제로서, 배치 브루 커피 메뉴에 자사 브랜드 이름을 붙이는 건 공감하기 어렵다. 나는 4점 이상인 경우에만 뽈레에 적고 칭찬만 남기고 싶다. 남의 장사 초치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내가 여기에 3점짜리 소감을 남기는 이유는 노트북에 있다. 노트북을 꺼내어 올려 놓으니 곧 직원이 와서 노트북 사용 금지라고 하였다. 하하.. 나는 웃음만 나왔다. 항의의 말 한 마디 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직원들은 친절했지만 사장은 직원에게 친절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직원들의 친절이 없었다면 2점을 주었을 거다.
푸글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4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