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덕에 유툽 알고리즘이 온통 요리예능으로 가득 찬 타이밍에 ’빈에 가서 뭐하지?‘라는 질문에 곧바로 김소희 셰프가 운영하는 ‘킴코흐트’에 가자고 말한 나.. 잘했다 잘했어ㅋㅋ 함께 일할 크루가 없어 휴업중이었다가 9/24부터 다시 운영하는 덕에 빈 방문 중 귀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오 오픈에 맞추어 예약 후 방문하였는데 워크인에 예약 인원까지 손님이 진짜 끊임없이 이어지니 주인장을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네요. 제 기준 이곳의 요리는 ‘빈에서 잘 나가는 언니가 만드는 한식 기반의 퓨전 요리’라고 정리하고 싶어요. 모든 요리의 밑바탕에는 한식이 있는데 그걸 꾸며주는 도구가 다양한 곳에서 온 맛이고, 그것이 이 동네에서 통하고 있으니 이렇게 줄을 서서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식 메뉴는 농어 셰비체와 오징어 고추장국수를 먹었구요(사진1-4). 셰비체는 라임의 산미에 코코넛이 합쳐지니 밸런스가 괜찮은 와중에 쑥갓이 자기 성격을 잘 보여주고요. 고추장국수는 베이스가 초장인데 깨와 참기름의 고소함에 약간의 칠리 터치가 느껴졌고, 불향에 바다향 듬뿍 깔라마리는 세상 부드러우니 소주를 생각나게 만들었네요. 메인에선 아구스테이크와 참치스테이크를 선택했구요(사진5-8). 아구스테이는 튀기듯 조리한 아구살에 고추장&크림 소스를 얹고 꼬숩게 볶은 동남아풍 채소를 곁들였고, 참치스테이크는 타다키로 만든 참치에 채소와 김치볶음밥을 곁들이는 구성이었습니다. 모두가 불호를 외치지 않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후식은 생강을 곁들인 홈메이드 초콜릿이었구요(사진 9). 입 안을 코팅해버릴 정도로 달달한 맛 사이에 알싸한 생강이 등장하니 오히려 밸런스가 괜찮다 생각이 들었네요. 큰 사이즈로 나왔음 큰일날뻔ㅋㅋ 아쉬웠던 건 전체적으로 간이 세다는 점. 셰비체를 제외한 모든 접시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지라 오죽하면 배터질 거 같은 와중에 공기밥 시켜서 비벼 먹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사전 정보 없이 셰프의 명성에 기대어 방문했다간 크게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넘게 이어진 여행 중에 생선회도 먹고 매운맛도 느꼈더니만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마음 속 고향의 맛‘ 유효기간을 늘릴 수 있었으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Kim Kocht
Währinger Str. 46, 1090 W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