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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
4.5
7시간

잠실에 이런 곳이? 한 디쉬에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복합적 묘미가 있는 다이닝 바 메뉴판에 있는 이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요리들이 나와서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엄청났다. 올해 가 본 레스토랑 중 가장 충격적(긍정) 이었던 곳. 1인 사업장으로 어떻게 이 정도 퀄리티를 유지하시는 걸까! 이번 방문에서 다섯가지밖에 못먹어봤는데도 큰 감동 받아서 재방문하면 이 집의 추종자가 될지도 몰라.. 오늘의 생선으로 달고기가 나왔는데, 고기 아래에는 자몽살과 아스파라거스를 깔고 위에는 수란을 올린 뒤 단호박 몽블랑으로 덮어 토치로 구웠다. 사이드에 있는 캐비어 위쪽으로 감귤버터를 부어 준다. 이 디쉬는 제주도에서 영감을 받은 거고, 감귤 버터는 제주도 앞바다를 상징한다고.. 이게 수란을 톡 터쳐서 푹 떠먹는 건데, 감귤버터랑 단호박 몽블랑 때문에 분명 생선인데 디저트 같이 혀끝을 감는 단 맛이 너무 좋았다. 숭채만두는 배춧잎으로 만든 만두를 일컫는다고 한다. 안에는 돼지고기로 소를 만들었고, 위에는 찐 아스파라거스와 비트로 색을 입힌 배춧대 피클이 올라가 있다. 만가닥 버섯이 옆에, 팽이버섯이 옆에 튀겨 올라가 있고, 중앙에는 표고버섯 소스와 태운 포르치니 가루로 피니쉬. 이 디쉬는 만두 쪄낸 물이 같이 나오는데, 그 육수 한 번 마셔보고, 만두만 한 번 먹어보고, 만두를 소스에 푹 적셔서 먹어보면 접시가 비어... 버섯의 풍부한 감칠맛과 알배추의 은근한 단맛이 매력적. 두부선. ~~선 이라고 하면 여러 재료를 쪄낸 것을 그렇게 불러왔다고 한다. 두부와 갑오징어, 새우를 쪄내서 까만 절편 모양으로 내준다. 두부를 시켰는데 검은 색 음식이 나와서 비쥬얼로는 가장 충격. 두부선 밑에는 양파와 배추, 발효한 아스파라거스가 있고 주위에 캐슈넛 소스를 뿌려 주신다. 두부 위엔 겨자 오일, 캐슈넛 소스 위에 토마토 오일을 뿌려 서빙. 두부선은 짭짤하고 아래의 아삭한 채소들과 캐슈넛 소스가 오리엔탈 소스에 버무려진 샐러드 같은 느낌을 주면서, 아는 맛인 듯 모르는 맛인 듯 계속 먹고 싶어짐. 수구레 막국수는 시킨 디쉬들 중에 가장 레퍼런스(!) 가 뚜렷했다. 들기름 막국수 맛! 수구레는 소 가죽 안쪽의 피하조직 부위를 이르는 말인데 육향이 진하고 마치 내장같은 풍미가 있다. 미끈덩한 식감까지, 뭔가 즐기기 쉽지 않은 식재료. 이 수구레를 달콤한 산적같이 요리해서, 김장아찌에 버무린 카펠리니에 곁들여 서빙한다. 참나물과 양파, 계란 지단 등을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 누룩 소금을 스프레이로 칙 칙 뿌려주심. 오리 요리를 시켰는데, 봉화마을에서 온 오리를 수비드해서 내어 주셨고, 오리 아래에는 자몽 껍질과 함께 간장에 졸인 미나리, 간장에 졸인 무화과를 깔았다. 완두콩 순과 흑미 튀밥이 곁들여져 있고 들깨 퓨레와 꽈리고추 퓨레에 같이 먹으면 된다. 오리가 간신히 익어서 촉촉 탱글한데 진하고 고소한 들깨와 카라멜처럼 진득하고 달큰한 무화과랑 같이 먹으니까 입안이 황홀하다.. 오리 다리살을 건자두와 방아잎과 같이 갈아낸 소시지같은 피스를 같이 주시는데 이것도 별미! 이 디쉬는 오리 달인 물이 같이 나와서 이 육수도 같이 호로록 마실 수 있다. 이 집에서 사장님이 추천해주시는 전통주도 훌륭했다. 맑은 술 탁한 술 리큐르 안에서 원하는 산미나 단 맛, 드라이한 정도를 말씀드리면 추천을 해주시는데 사장님의 전통주 사랑이 느껴진다. 외부 주류 반입은 안되고, 그렇게 방침을 정한 게 너무 이해 됨. 음식이 너무 섬세해서 튀는 술 먹으면 맛이 죽을 것 같다. 조만간 또 갈겁니다.

그곁

서울 송파구 오금로18길 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