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음식엔 당연히 만든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정성을 들였다는 사실이 좋은 맛을 보증하진 않는다. 둘은 별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식당 후기를 둘러보면, 둘을 서로 혼동하거나 인과관계로 엮는 경우가 가끔 보인다. 때로는 맛 자체보단 업주 나름의 철학이나 정성에 대한 조명이 더 앞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후기들은 신뢰할 수 없다. 무삼면옥은 좋은 식재료와 건강식에 대한 고집스러운 철학이 맛과는 별개의 문제임을 일깨우는 곳이다. 내게 이곳의 냉면은 '진한 버섯향에 소금간만 남은 냉육수에 담궈진 질 좋은 메밀면'에 가까웠다. 보편적인 냉면의 맛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조미료, 설탕, 색소를 배제한 고운 육수와 메밀함량 높은 면이라는 요소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맛을 누구에게나 추천하기엔 어려운 지점이 있다. 메밀면 자체의 질은 상당하다. 면수도 훌륭하다. 육수도 정성 들어 우려낸 티가 난다. 겨울 한정 메뉴인 국밥의 경우도 마찬가지. 좋은 식재료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온다. 이런 장점 때문에 명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종 생각나곤 했었다. 그러나 방문할 때마다 '무삼'이라는 업주의 철학에 대한 회의가 생기는 것도 피할 수 없었다. 꼭 이래야 했을까.
무삼면옥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2길 5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