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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2년

오늘도 노사부는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다. — 17년째 답보 상태인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만큼이나 이놈의 상가는 답답하리 만치 예전 모습 그대로다.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입구를 지나 상가 한 켠에 자리잡은 오래된 중화요리점을 찾아 들어간다. 옛날손짜장. 이렇게 기대감이 하나도 들지 않는 이름이라니. 앉은 자리에서 제면하는 곳이 보인다. 여쭤보니 사부님은 더 이상 수타 제면은 못하신다고 한다. 30년 간 중화요리를 해오셨다고 하니, 그것도 수타를 앞세워. 어깨 근육이 남아날 리 없다. 사방팔방에 튀어 착색된 밀가루 자국이 그간의 고된 세월을 말해준다. 달그락 달그락. 웍이 화구와 부딪히는 소리. 간짜장의 묘미는 이 소리가 나는 순간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이 테이블 위에 놓여질 때까지의 시퀀스다. 유달리 뽀얀 색깔을 띄는 면. 수타를 포기한 대신 반죽에 그만큼 더 신경을 쓰신다지. 인위적인 쫄깃함이 없고 싱싱하고 찰기가 있는 면발이다. 갓 볶은 짜장. 양배추와 양파의 달큰함에 이어 진한 장맛이 올라온다. 따끈따끈한 온도감 때문인지, 촌스런 벽지 때문인지 어쩐지 마음이 훈훈해지는 맛이다. 요리를 마친 사부님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본인이 만든 짜장면을 드신다. 그저 한끼 식사로 드시는 거겠거니 하고 당시엔 별 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맛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매일 짜장면을 드신다고. 몇 십년 동안 정말 지겹도록 장 냄새를 맡아오셨을텐데. 가끔은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짜장면에 물릴 법도 한데. 마음 한켠 존경심마저 들었다. instagram: colin_beak

옛날손짜장

서울 강남구 삼성로 212 은마아파트 상가동 지하1층 B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