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의 쏘울. 재래시장의 향기가 묻어있는 김밥과 떡볶이. — 이번에 부산에 여행을 오면서 부산을 잘 아는 미식가 형님에게 꼭 먹어봐야 할 것을 여쭈었는데, 의외로 처음 나온 건 돼지국밥이나 밀면이 아니었다. 서울과는 차원이 다른 가성비를 자랑한다는 부산의 점심 뷔페, 그리고 분식집이었다.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어육의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부산어묵. 진한 소스에 두툼한 쌀떡을 넣어 만드는 부산식 떡볶이. 부산에 왔다면 경험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영도 동삼시장 내 분식집 <백설대학>. 먼발치에서 가게 외관만 바라봐도 느껴진다. 제대로 찾아왔다는 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영도의 쏘울. 거침없는 부산 싸내 느낌의 사장님, 쌓여있는 녹색 멜라닌 그릇, 허름한 벽 위에 붙여진 아기자기한 메뉴판, 그 위에 쓰여진 김밥 2천원. 두근두근. 주책스럽게 왜 이리 설레는지. 김밥이 먼저 나온다. 졸인 유부가 앞장을 서고 고소한 재래시장 참기름 냄새가 뒤를 받친다. 이게… 2천원이라고? 탐스럽게 빨간 떡볶이는 보기보다 맵지 않다. 기분 좋은 고춧가루의 향이 풍기고 얼얼하거나 텁텁한 느낌이 전혀 없다. 밀도감 있는 부산어묵을 자르지 않은 채로 진한 떡볶이 소스에 졸여서 주는데, 구겨서 한 입에 넣으면 감칠맛이 팡 터진다. 거스름돈이라며 손아귀에 거칠게 사탕을 쥐어주는 사장님의 마지막 인사까지 완전 쏘울풀. instagram: colin_beak
백설대학
부산 영도구 웃서발로 7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