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다리 하나로 특별해지는 부녀의 복날. — 삼계탕은 뻔한 것 같고, 딸과 함께 뭔가 특별한 복날을 보내고 싶어 선택한 이 곳 <우미옥>. 창문 위에 촌스런 시트지, 그 위에 궁서체로 쓰여진 음식들. 설렌다. 미닫이 문을 열자, 낯선 조합의 손님에 의아해 하는 사장님들. 하지만 자연스럽게 방석 위에 자리를 잡는 딸을 보시더니 웃으면서 주문을 받으신다. 우족탕 하나랑 설렁탕 하나요! 애가 혼자 설렁탕 하나 먹기엔 양이 좀 많을 텐데요. 아, 제 딸을 잘 모르셔서 그래요. 소 무릎을 기준으로 위 쪽은 사골, 아래는 우족 혹은 소족이라 부른다. 딸은 사골을 넣고 푹 끓인 설렁탕을, 아빠는 우족을 넣고 맑게 끓인 족탕을 먹으니 부녀가 소 다리 하나로 열독을 다스리는 셈이다. 설렁탕이나 우족탕이나 과하게 우려내지 않아 맛이 맑고 담백하다. 우족탕은 코에 특유의 내음이 스치고 입술에 옅은 잔상을 남긴다. 우족탕이 어찌나 가벼운지, 설렁탕 국물이 상대적으로 진하고 달게 느껴진다. 잡내 따윈 전혀 없다. 아빠 손님이 물컵에 김치 씻는 모습을 보시더니 사장님은 대접에 물을 담아 건내신다. 디저트로는 시원한 요구르트. 이대로 말복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 instagram: colin_beak
우미옥
서울 종로구 율곡로 230-2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