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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2년

정체불명 셰프의 마음 충만해지는 맡김차림. — 남들 모르는 맛집을 만나면 주변에 빨리 얘기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런데 재료에 타협하지 않고, 술집에 애견 동반을 허용하는 마음씨에, 개인과 식당의 인스타 계정도 구분할 줄 모르는 홍보 바보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내가 서둘러 글을 쓰는 이유다. 이름처럼 미스테리한 곳이다. 첫 가게를 연 장소는 말만 경리단이지 거의 산꼭대기에 있었고, 현재는 제법 커진 업장에서 셰프님 혼자 주방을 끌고가는데 맡김차림과 단품메뉴를 함께 내는 비효율적인 운영방식을 취한다. 테이블 놓을 자리에 수조를 설치했고, 숙성 스킬은 노량진의 이름난 수산의 뺨을 때린다. ‘이곳은 생선 전문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수준급 튀김요리가 내 뒤통수를 치고, 건너 듣기론 여기 파스타 맛집이란다. 셰프님, 대체 정체가 뭐에요? 다양하게 맛보고 싶어 선택한 인당 5.5만원 맡김차림. 유즈폰즈에 적신 부드러운 전복찜으로 시작하여 직접 육수를 낸 메밀국수까지 입과 마음이 충만해지는 여정이었다. 맛의 포인트를 정말 잘 짚어내는 셰프님이다. 전복과 흰살생선은 본연의 단단함을 지워버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지도록 했고, 초밥은 술집의 캐릭터에 맞게 투박하게 내면서 큼직한 성게알과 장어로 입 안에 맛이 꽉 차도록 했다. 일식과 해산물만 내는 코스의 단조로움이 없도록 중화풍 장육과 아스파라거스 구이 등을 배치한 선택도 정말 탁월했다. 손님들이 꽤 많은 상태에서 단체 맡김차림까지 내는 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불편함이나 지나친 기다림 없이 꽤 유려하게 진행됐다. 혼자 주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셰프님이 좀 안쓰러워 보이긴 했지만. 식당을 연 지 벌써 5년이 흘렀단다. 홍보만 좀 잘 하셨다면 이미 빛을 봤을 식당인데… 홍보 바보 사장님을 위해 여러분이 대신 홍보 좀 해주세요. 돈쭐내주세요. instagram: colin_beak

봉쥬르 스고이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