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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3년

우리의 초밥을 돌려줘. — 20여년 전 삼성 회장님이 <아리아께>를 “2.5류”로 평가한 것이 어쩌면 국내 스시야의 본격적 출발점. 이후 호텔 스시오마카세의 시대가 열렸고, 호텔 출신 셰프들이 독립하여 하이엔드급 스시야를 열고, 이어서 젊은 셰프들이 서울 각지에 미들급 스시야를 열면서 국내의 스시 문화는 활짝 꽃을 피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와 함께 나와 초밥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미들급이라 해도 보통 5만원이 넘는 가격, 2시간에 달하는 식사시간과 빡센 스강신청. 올드보이처럼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뭘 먹겠냐는 질문에 지체없이 초밥을 외치던 나는 더이상 없었고, 마감 직전 마트에서 차게 식은 초밥을 들고 결정을 지체하는 내 모습에 늘 초라함을 느꼈다. 이런 내게 최근의 반가운 변화는 대중적인 스시야의 확대다. 미들급 안에서 엔트리급이라 불리는 저가형 스시야가 분리되어 시장이 확대되는 중인데, 대표 주자인 #아루히 #아루히니와 를 비롯하여 #우정초밥 #스담 #오관스시 등은 2-3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열렬한 스강생들을 양산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포장스시와 판초밥의 약진인데, 코로나와 맞물리며 이런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있다. #혼맛스시 #우스시게 #스시지현 #쇼와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양재초밥>도 판초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스시야를 조금만 다녀본 사람이어도 알 것이다. 로스율을 낮추려고 못나게 썰어낸 피스는 없는지, 급하게 내느라 네타의 숙성이 덜 되어있진 않은지, 샤리를 한번에 많이 지어서 온도감이나 긴장감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2만원대 가격에, 바로바로 쥐어주는 것도 아니니 물론 오마카세의 퀄리티에 비할 데는 아니지만, 겹치거나 모난 피스 없이 웬만한 스시야에 부끄럽지 않은 퀄리티의 초밥 한 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꽤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적절한 숙성 후 불질을 하고 고명을 올린 연어와 청어는 슬며시 미소가 띄어진다. 다찌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셰프와의 상호 교감은 없지만, 빛의 속도로 열정적으로 스시를 쥐는 셰프들의 모습은 손님들로 하여금 내적 응원을 이끌어낸다. 일본어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를 뜻하는 ‘고치소사마’의 어원이 사실은 음식의 맛 자체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노고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 딱 어울리는 인사가 아닐까 싶었다. instagram: colin_beak

양재 초밥

서울 강남구 논현로26길 16 1층 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