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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2년

종로에 모락모락 익어가는 가을. — 지난 여름 <서울극장>이 폐관하면서 종로의 ‘골든트라이앵글’은 결국 막을 내렸다. 뜨거웠던 종로의 시절이 저물며 서울극장 뒷 편 ‘종로생선구이골목’에도 쌀쌀한 가을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이 곳 <한일식당>과 이웃집 <전주식당> 두 곳만이 남아 골목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힙한 작업복을 입은 할머니가 식당 바깥의 아궁이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석쇠 위에서 생선을 구우신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동대문생선구이골목과는 달리, 생선 굽는 냄새가 가을 바람을 타고 골목에 솔솔 풍긴다. 보통 고삼을 많이 먹지만 나의 추천은 고등어와 조기(부세). 생선의 껍질은 연탄불에 그을려 낙엽처럼 색이 바랬지만, 그 안의 속살은 거짓말처럼 생기가 있다. 고등어는 기름진 살을 큼직하게 발라내서, 조기는 고소한 껍질과 함께 담백한 살을 숟가락으로 긁어내서 윤기 자르르한 쌀밥 위에 올려 먹는다. 이 식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밑반찬. 젓갈 냄새가 폴폴 나는 김치, 바삭한 멸치볶음, 달지 않게 만든 연근조림, 창란젓, 무생채 등 반찬 하나하나가 맛깔나다. 간이 짠 된장찌개 빼고는 이 곳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instagram: colin_beak

한일식당

서울 종로구 수표로20길 16-1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