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믿음직스러운 분식집. —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김밥은 믿음직해서 좋다’는 대사는 마음에 콕하고 박혔다. 만약 우영우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 이대 근방의 분식집 <아콘스톨>. 메뉴는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순대떡볶음, 김밥, 밥샌드의 간소한 구성이지만 손님의 기호에 따라 수십가지의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하다. 김밥은 굵기를 굵게/얇게, 밥 양을 많게/적게, 참치에 곁들일 재료로 와사비/치즈/청양고추를 선택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속재료를 빼는 것도 가능하다. 손님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고 싶은 식당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곳 김밥을 “팔뚝”이라고들 부르던데 두께가 정말 농담이 아니다. 밥 양 적게로 부탁 드리니 두께는 안 줄이고 그만큼 재료를 더 넣어주시는 것에 또 한번 감동. 기름기를 쪽 빼고 마요네즈도 거의 더하지 않은 참치가 꽤나 퍽퍽하지만, 그 우직함에 어쩐지 믿음이 가는 맛이다. 우영우씨, 보고있나요. 시그니쳐 메뉴인 순대떡볶음은 시판 순대를 떡꼬치처럼 달달한 소스에 볶아냈다. 김밥도 그렇지만 대단한 재료도, 월등한 조리 실력도 없다. 하지만 참 맛있게 느껴진다. 사장님의 접객도 음식과 꼭 닮았다. 요식업에 대한 연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대신 따뜻한 마음씨가 듬뿍 느껴진다. 와줘서 고맙다는 말,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사장님의 온화한 표정에서 전해져 온다. 중년의 아저씨에겐 버거운 양이었지만, 남기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싫어 마지막 한 톨까지 꾸역꾸역 먹었다. instagram: colin_beak
아콘스톨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17 현대캠퍼빌 1층 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