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모자를 쓴 다이닝. — 셰프님과 함께 공동 대표를 맡고있는 사장님은 캡모자에 반팔티를 입고 나타나셨다. 나는 그것이 이 식당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한국과 일본의 음식을 통해 다가온 계절을 일깨워주는 식당 <무아>. 모든 요소들이 근사하지만 부담스럽진 않다. 젊은 작가들의 공예 작품과 음식의 경쾌한 만남, 익숙한 재료들로 만들어 내는 한끗 차이나는 맛, “미들급 파인다이닝”이라 부르고 싶은 합리적인 가격까지. 겉멋을 떨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여 그 잉여분을 손님들에게 돌리니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음식들에도 참 유쾌한 요소들이 많다.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가을의 절기 ‘한로’를 맞아, 가을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풍잎, 솔방울, 볏짚, 억새, 꽃게 게딱지 등을 플레이팅에 활용하는가 하면, 고등어봉초밥은 고등어에 홈을 내고 편으로 썬 라임과 감태를 붙여 풀밭을 달려온 타이어 같은 비주얼을 연출한다. 솥밥 한상차림에도 킬포들이 가득한데, 민물장어가 아닌 갯장어로 오차즈케를 만들어 먹도록 하고 그 위엔 단풍과 은행잎 모양을 한 채소를 올리고 맥주에 절인 백김치를 찬으로 낸다. 자주 오겠다는 손님의 말에, 혹시 음식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두려우니 계절마다 한 번씩 만 와달라는 사장님. 이렇게 털털한 다이닝이 또 있을까. — www.instagram.com/colin_beak
무아
서울 강남구 논현로151길 33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