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했던 히츠마부시. — 일본에서는 1700년대 에도시대부터 카바야키(장어 양념구이)를 먹어왔고, 에도시대 말기에 한 학자가 도요노 ‘우시노히’(우리나라의 복날같은 날)에 같은 ‘우’자로 시작하는 ‘우나기(민물장어)’를 먹으면 여름을 타지 않는다는 글을 남기면서 민물장어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카바야키는 굽고 찌는 과정을 거치는 관동식과 숯불에 굽기만 하는 관서식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그 가운데 있는 나고야에서는 숯불에 구운 장어를 밥통 속 밥 위에 올려내는 ‘히츠마부시’라는 식문화가 형성되었다. 이 음식의 원조는 1873년 요정으로 창업한 <아츠다 호라이켄>으로, 귀한 장어를 몸통만 먹고 버리는 게 아까워 장어를 짧게 썰어 밥 위에 올려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간 서울에서 히츠마부시하면 <마루심>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는데, 부산의 <해목>이 서울에 진출하고 네기그룹이 <네기우나기야>를 내면서 이젠 선택지가 제법 늘어난 상황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내게 가장 완벽한 경험을 선사한 식당이 있으니 바로 서초동의 <우나유>다. 마루심에서 오랫동안 조리장을 맡아온 한국인 셰프님과 호텔 출신의 일본인 셰프님이 힘을 합친 곳으로, 자포니카 품종의 장어를 사용한 히츠마부시가 주력 메뉴다. 이곳의 히츠마부시는 내 기준에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기 보다는 포슬포슬한 장어는 덮밥에 최적화된 느낌이다. 쌀밥은 윤기가 흐르면서 고슬고슬. 밥 위에 끼얹은 타레와 오차츠케 육수에서는 주인공인 장어의 맛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절제의 미덕이 느껴진다. 재밌는 건 이 곳의 히츠마부시가 1인분에 3.5만원인데, 마루심의 가격 보다 딱 1천원 싸다는 것. 맛 뿐 아니라 가격에서도 지고싶지 않다는 어떤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instagram: colin_beak
우나유
서울 서초구 서운로11길 35 서흥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