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의 삼겹살 클래식. — 80년대 이후 50여 년 간 “국민고기” 타이틀을 유지 중인 삼겹살. 그 기간 동안 참 다채롭게 변화해 왔다. 품종은 YLD와 버크셔에서 이베리코, 듀록, YBD, 최근 유행하는 난축맛돈까지… 보관 방식은 냉동에서 냉장, 웻에이징, 드라이에이징까지… 정형 방식과 두께도, 곁들임도 모두 다양해졌다.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는 내겐 반가운 흐름이지만, 때론 따라가기 버겁다는 생각도 한다. 휙하고 스쳐가는 유행과 형식만 앞세우는 식당들에 피로감을 느낀다. 이럴 땐 클래식을 찾는다. 마음이 번잡할 때 듣는 옛날 노래처럼. 후암동의 <사랑방참숯화로구이>는 클래식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삼겹살집이다. 코리안 삼겹살 컬쳐를 경험하고픈 외국인 친구를 데려가기에도 썩 괜찮은 곳이다. 가운데가 봉긋한 불판 위에 올려진 초벌구이 삼겹살이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름을 뿜어내는데, 그 기름이 고이는 가에 김치를 빙 둘러 흠뻑 젖어들게 한다. 양파절임, 콩나물무침, 마늘편 등 정석적인 곁들임과 함께 고기와 김치를 한 점씩 상추 위에 올리면 우리의 50년이 녹아든 한 쌈이 완성된다. 예스러운 이 동네의 분위기는 쌈장만큼 완벽한 소스다. 비범한 것이 일상이 되어서 일까, 평범한 조합의 음식이 도리어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히 돼지기름에 절여진 김치는 삼겹살, 돼지갈비를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단순히 쌀밥에만 비벼 내도 완결성있는 하나의 요리가 된다. instagram: colin_beak
사랑방 참숯화로구이
서울 용산구 신흥로36길 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