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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1년

무심함과 시원함이 한도 초과. 서민의 대구탕. — 내게 대구탕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살이 보드라운 생대구가 들어간 “양반 대구탕”. 봉천동 갯바위의 대구탕이 그러하다. 나머지 하나는 냉동 대구를 넣고 대량으로 끓여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주는 “서민 대구탕”. 이 쪽이 훨씬 더 내 취향에 가까운데,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식당 두 곳을 꼽자면 성내동의 성내볼데기집과 여의도동 뒤푸리다. 8천원 짜리 탕에 뭘 바라겠냐마는, 덜 발라진 가시가 박힌 대구살과 무 한덩이만 동동 떠있는 무심함에 슬쩍 서운해진다. 사진이라도 예쁘게 찍어주고 싶었지만 내 능력치 밖이었다. 하지만 국물은 진짜다. 밍밍함과 간간함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간. 맑고 깨끗한 시원함 뒤에 굵은 고춧가루가 목젖을 탁하고 친다. 뒤푸리라는 이름에 이만큼 걸맞는 음식이 또 있을까. — www.instagram.com/colin_beak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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