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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9개월

연희동의 보물 같은 생면 파스타집. — 서울엔 수많은 파스타집들이 있다. “그라노 계열”을 비롯해 현지식을 표방하는 집들,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 변형된 동네 파스타집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집들까지. 사실 그 중에 정을 붙인 곳은 거의 없다. 값싸지만 어설픈 곳도, 척을 하면서 비싸게 받는 곳도 내겐 썩 와닿지 않았다. 특히 생면이 대세로 떠오른 이후 생면을 낸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가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던 중 연희동에서 만난 한 파스타집이 내 맘에 쏙 들어왔다. 경쾌한 재즈와 빈티지한 나무로 채운 하얀 공간. 클래식하면서도 무겁지는 않아 특별한 날에도, 특별해지고 싶은 평범한 날에도 잘 어울린다. 농어 머리를 넣고 끓인 육수에 마늘과 카사레체 면을 넣고 익힌 파스타. 수저로 농어를 잘라 바닥에 깔린 소스와 쫀득한 면을 함께 떠서 먹으면 담백한 맛과 감칠맛이 입안에서 휘돈다. 제노바식, 볼로냐식, 가정식 세 가지 라구파스타 중 딸의 간택을 받은 건 볼로냐식. 이탈리안 식당에 가면 무조건 라구부터 찾는, 라구파스타 권위자인 딸은 “굉장한 라구파스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홉살인 점 참고) 상쾌하면서도 약재 같은 느낌을 주는 펜넬을 사용한 하우스샐러드도, 생크림을 빼고 계란, 와인과 함께 마스카포네치즈를 졸인 티라미수도 남달랐다. 이집의 생면 파스타는 생면인 이유가 있었고, 불필요한 조리는 없었다. 나쁜 접근성 때문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하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 음식이라면 충분히 길을 떠날 가치가 있다는 생각. instagram: colin_beak

메노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6가길 15 장영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