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더 큰 놀라움을 안겨주는 찻집. — 식당이나 사람이나 한번에 진가를 알아보긴 쉽지 않다. 첫만남의 설렘이 걷어내진 뒤 부풀었던 감정이 터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경험은 누구든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로수길의 작은 찻집 <티이>는 내게 무척 특별한 곳이다. 처음 찾은 늦봄엔 차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는 티 코스를 경험했고 지난 가을과 이번 여름엔 그 계절의 차를 맛보았는데, 점점 시들해지기는 커녕 매번 더 큰 놀라움과 즐거움을 느꼈다. 스시야의 이타마에처럼 찻집에서 팽주는 차를 마시는 경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곳의 팽주님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처럼 엄숙하거나 진중하지 않다. 오히려 가볍고 장난스러운 쪽에 가깝다. 그래서 이 분과 있으면 차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늘 대책 없이 퍼주는 모습은 고마움을 넘어 걱정이 들 정도다. 이곳에서 마신 차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참 많다. 우전, 세작만 알던 내게 가을의 추차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고, 쑥이나 호박을 달여 농축우유와 섞은 밀크티들은 궁극의 밀크티란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훈연차 정산소종에 백향과를 섞은 뒤 루이보스 얼음을 넣은 밀크티는 충격적으로 내 취향이었다. 팽주님은 차를 마시기 전에 손님의 이미지에 맞춰 차총(차를 마실 때 벗 삼을 수 있는 소품)을 내주시는데,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똘망똘만한 눈을 가진 이브이였다. 아마도 내가 그만큼 몰두해있었다는 뜻이겠지. www.instagram.com/colin_beak
티이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