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도 음식도 맛깔나는 문가네의 술집. — 전쟁터 같은 상권을 살짝 벗어난 신논현역 사거리엔 숨은 알짜배기 식당들이 많다. 회떠유, 까치네식당, 손욱정힘불끈황소곱창, 금강바비큐, 옥토스 등등. 그 중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밤이면 꼭 생각나는 술집이 하나 있다. <분노지>. 직역하면 문이라는 글자, 의역하면 문가네란 뜻이다. 츠지조리학교 출신의 문동택 셰프님이 1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이자카야. 주방을 둘러싼 카운타세키에 앉아 털보 셰프님과 담소를 나누며 사케 한잔 하고 있노라면 드라마 속 심야식당에 온 느낌이 든다. 특히 골목길을 등지고 앉아 바람을 쐴 수 있는 바깥 자리는 가을 밤 최고의 명당. 1인 업장에 가까워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숙련된 맛깔손으로 다양한 술맛나는 요리를 낸다.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한 셰프님 답게 추천해주시는 술도 늘 탁월하다. 병어회는 맛이 밋밋하고 그저 식감으로 먹는다는 생각을 바꿔준 이곳의 병어 숙성 사시미. 뼈가 씹히고, 씹히지 않는 두 가지 방식으로 포를 뜬 뒤 일부는 아부리를 하여 스미소와 함께 낸다. 병어가 가진 감칠맛과 기름기,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요리였다. 이자카야의 흔한 감자사라다를 떠올리며 주문했던 이와시포테토사라다는 주문 즉시 삶아낸 감자에 정어리 통조림과 상큼한 소스, 통후추와 핑크페퍼를 더한 개성 넘치고 술을 부르는 요리였다. 마무리는 니싱 소바. 면이 삶아지는 동안 술안주하라며 내주신 절인 매실로 입맛을 다시 깨우고 뜨끈한 소바 국물에 귀한 4M 고구마쇼츄들을 기울이며 돌아온 가을과 건배했다. www.instagram.com/colin_beak
분노지
서울 서초구 주흥3길 8 지하1층
Tabe_chosun @star2068
아 니싱소바도 먹어볼 것을 그랬군요 ㅠㅠ
Colin B @colinbeak
@star2068 소바 전문점까지는 아니지만, 겨울밤을 마무리하기에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