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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가 남아있는 작은요리집. -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좋았던 식당들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세번째 식당은 압구정에 있는 코료리야 ‘요리야희야’입니다. 코료리야(小料理屋)란 일본어로 작은 요리집이란 뜻으로, 주인장이 직접 요리하고 손님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 그 계절의 식재료로 만든 소량의 요리를 술과 함께 내는 곳을 말합니다. 화려함보다 정성, 격식보다 사람의 온기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이에요. 따뜻한 연두색의 노렌을 헤치고 들어서면 작고 아늑한 공간이 나타납니다. 세련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알뜰살뜰하게 챙겨주는 것이 제 마음에 쏙 들어요. 사케를 처음 먹어보는 직원들을 데려왔다고 하니, 셰프님이 본인 마시려고 마지막 한병 남겨두었던 사케를 선뜻 내어주시네요. 고마워라. 이곳의 셰프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습니다. 유명한 조리학교나 저명한 스시야 출신 같지는 않고, 부산 사투리를 쓰시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상경하시지 않았을까 그저 추측만 해볼 뿐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음식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신선함과 따스함이 있습니다. 제철 무화과를 마스카포네치즈와 함께 쌓아올린 뒤 발사믹을 뿌려 내고, 닭다리를 하루동안 바짝 말린 뒤 껍질의 바삭함을 십분 살려 구워 내고, 큼직한 우엉이 박힌 수제어묵을 튀겨 내고, 진하게 조린 바지락과 우엉칲을 넣고 솥밥을 지어 내고. 대단한 조리 기법이 들어간 건 아닌데, 요리 하나하나에 담긴 고민과 정성이 저에겐 너무나 특별하게 와닿았습니다. 저는 사람도 그렇지만, 식당도 온기가 느껴지는 곳을 참 좋아하거든요. 이 식당을 처음 방문한 그 날이 참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서인지, 이후 누군가 술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자연스레 이곳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연말에 소중한 사람들과 조용히 한잔할 장소를 찾고 계시다면 이곳도 참 좋을 것 같아요. #2025연말결산www.instagram.com/colin_beak

요리야 희야

서울 강남구 논현로167길 15 휴에프빌딩 1층 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