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연금술사. - 모두가 화려한 식재료에 매몰될 때 누군가는 발밑에 채인 못난이 채소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 식당의 이름은 ‘레귬’. 채소를 뜻하는 프랑스어에요. 육류는 물론 어패류와 유제품까지 배제한 100% 비건에, 버려지던 못난이 채소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곳입니다. 오픈 때만 해도 다소 무모해 보였던 이 도전은 이곳을 이끄는 성시우 셰프님의 집념으로 결국 “아시아 최초 비건 미쉐린 1스타”라는 타이틀로 이어졌습니다. 이젠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주목받는 곳이 되었죠. 호박고구마 디쉬의 정교한 온도감으로 시작된 식사는 딸기와 허브가 빚어낸 다채로운 향과 식감으로 이어지며 초반부터 미각 충격을 주었습니다. 시그니쳐인 가지 커틀릿은 유바와 가지의 속살이 한 몸처럼 어우러졌고, 시소와 금귤의 향이 더해져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인인 아위버섯은 압도적인 크기를 통째로 구워 풍부한 채즙을 가뒀고, 태우듯 조려내 풍미를 끌어올린 소스는 채소만으로도 충분히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죠. 이날 코스 중 개인적인 클라이맥스는 의외로 채소수프와 사워도우였어요. 소박한 이름에 방심했다 허를 찔린 느낌. 냉이와 로즈마리의 향이 코끝을 스치고, 템페와 수프의 산미가 사워도우 특유의 산미와 맞물릴 때 느껴지는 짜릿함은 압권이었습니다. 버려지던 재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성시우 셰프님을 보며 채소의 연금술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날 다시금 깨달았어요. 채소는 결코 무엇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 - www.instagram.com/colin_beak
레귬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652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