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예전의 안좋은 기억으로 꺼리는 음식 한두가지는 있을 것이다. 내게는 콩국수가 그런 음식 중 하나였다. 미식에 대한 개념따위 전혀 없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 어머님이 해주신 콩국수 한사발을 꾸역꾸역먹다 체한 이후로, 콩국수는 맛도 밍밍하고 텁텁한 그저 멀리하고 싶은 음식이었다. 세월은 훌쩍 지나, 콩국수와 화해하고 싶어하던 내게 친구들의 솔깃한 제안으로 찾게된 이 식당. 일산과 파주 사이의 한적한 동네에 작은 공장들과 창고들 사이의 골목을 요리조리 지나니, 지붕에 예쁜 글씨로 손두부가 적혀있는 식당이 나타났다. 이 곳 콩국수는 꾸덕해야만 진국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다른 식당과 달리, 맑지만 깊은 국물로 유명한 곳. 이를 위해서 콩을 갈아낼 때, 콩을 네 등분하고 처음에는 물로 갈고, 두번째에는 물대신 처음에 갈아낸 콩물을 넣고 갈고, 세번째, 네번째에도 이런식으로 반복한다고 한다.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던 뽀얀 국물의 콩국수를 받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이킨 첫 모금. 햐..! 고소하고, 설탕을 전혀 넣지 않았음에도 잘 삶아진 콩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이란. 오랜시절 등돌렸던 콩국수와의 화해는 그 한 모금으로 충분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면발인데, 너무 쫀쫀한 느낌의 면이 맑은 콩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시원한 김치와 곁들여 먹으니 나쁘진 않았지만, 완벽할 정도로 좋았던 국물에 비하면 뭔가 아쉬움이 들었다. 두부보쌈도 좋았다. 보쌈도 너무 잘 삶아졌고, 흔히 생각하는 보쌈김치가 아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김치를 내주는 것도 신선했다. 직접 만든 따끈한 두부야 뭐, 맛이 없을 수 있을까. 다만 주문 후 40분 정도 걸리니 미리 예약을 해 놓아야 하고, 보쌈에 콩국수 국물까지 싹 마시니 너무 배가 불렀다. 다음에 오게되면 콩국수에 두부김치만 시켜 먹을까 싶다. 이제는 좀 더 자주 만날 것 같은, 콩국수의 매력을 알게 해준 고마운 식당.
두리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진천길46번길 22-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