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이탈리아의 짠맛을 알어?” 1. 우리나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아버지, 대부, 스승님, 리빙레전드 등등... 이라 할 수 있는 소르티노 셰프.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이후 호텔에서 근무하다 2006년 이태원에 ‘소르티노스’를 오픈하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안 셰프 사관 학교라 할 수 있는 ‘그라노’를 포함하여 다수의 식당을 성공으로 이끌고 2016년에 오픈한 또 하나의 식당이 바로 여기 ‘테라13’이다. 2. 소르티노 셰프가 위와 같이 화려한 수식어를 갖게 된 이유는 그 아래서 일했던 셰프들이 서울 곳곳에서 잘나가는 오너 셰프들이 되었기 때문. 몽고네, 갈리나 데이지, 이태리재 등등. 그걸 떠나서도, 소르티노스 시절만해도 “스파게티는 알겠는데 파스타는 뭐지?” 하던 때인데 - 드라마 ‘파스타’가 방영되기 전이었다 - 알 덴테에 짜디 짠 파스타를 뚝심있게 팔기도 했고, 현재 여러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시그니쳐로 팔리는 어란 파스타를 한국에 처음 들여오는 등 업계에 한 획을 그은 분임에는 분명하다. 3. 생각보다 캐주얼한 분위기다. 저 멀리 오픈키친에 소르티노 셰프가 보여서 카메라를 들었더니 손을 크게 흔들며 반겨준다. ‘그래— 내가 바로 소르티노야—‘ 자신감 넘치게 미소가 말했다. 4. 이탈리아 남부 스타일이라는 소르티노 셰프의 음식은 짜기로 소문이 나있다. 손님들의 불평이 많아 트러플 파케리 등은 서버 분이 미리 덜 짜게 하시겠냐고 손님에게 묻는다. 파케리는 조금 덜 짜게 부탁 드리고, 세비체와 피자는 그대로 주문했다. 5. 세비체나 파케리 등을 주문하면 소르티노 셰프가 조그만 나무 통을 들고 테이블로 온다. 통을 열면 보기에도 비싼 트러플이 들어가 있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트러플을 추가하겠냐고 묻는데 거절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3g을 추가했는데, 세비체는 2g이면 충분하다며 양을 줄이고 나중에 나온 파스타에는 서비스로 트러플을 추가해줬다. 땡큐 솊! 6. 세비체는 입맛을 돋우기에 정말 끝내줬다. 트러플 오일을 과하게 쓰면 그 특유의 추출향 때문에 세비체의 매력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트러플 슬라이스까지 추가했는데도 과하다는 느낌 없이 라임의 시큼함과 잘 어우러졌다. 감자와 문어, 절인 생선이 너무 부드럽지만은 않게 씹히는 것도 좋았다. 7. 트러플 파케리. 큰 튜브 파스타를 알 덴테로 익혀 매력적인 치감을 준다. 크리미와 꾸덕함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소스를 자박하게 부어주는데 풍미가 예술이다. 곁들여 조리된 아스파라거스도 진짜 좋은 한수다. 8. 파스타만 잘하냐, 피자도 잘한다. 프로슈토, 루꼴라 등 어찌보면 뻔한 재료인데 바삭하게 구운 도우와 좋은 재료들이 만들어 내는 궁합은 이게 피자지 싶다. 9. 세비체만 해도 잘 먹던 가족들이 갑자기 포크질이 느려진다. 그러다가 피자는 몇 입을 먹다 내려놓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복화술로 ‘너무 짜’ 한다. 그러고보니 파케리는 덜 짜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꽤 짠 편이었고, 피자는 도우 위의 소스만 해도 짠데 그 위에 프로슈토와 치즈를 올려 짠맛을 더했다. 그제까지 ‘소르티노 셰프의 요리인데’, ‘이탈리아 정통인데’ 라며 관용적인 마음으로 맛있게 먹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이 음식을 아무런 정보 없이 먹었다면, 그래도 나는 맛있게 먹었을까?’ 그랬을 것 같긴 한데, 또 모르겠다. 또 가서 먹고 싶은데, 나올 때는 입안에 남은 짠기에 또 갸우뚱할 것 같기도 하다. 맛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판단은 각자에게— - 추천메뉴: 트러플 세비체, 트러플 파케리 - 주의: 짜요짜요
청담 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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