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를찾아서 “느리게 즐기고픈 맑은 국밥” ⠀⠀⠀⠀⠀⠀⠀⠀⠀⠀⠀⠀⠀⠀⠀⠀⠀ 1 . 통인시장 한켠의 낡은 식당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여기 따뜻한 국밥있어요—‘ ⠀⠀⠀⠀⠀⠀⠀⠀⠀⠀⠀⠀⠀⠀⠀⠀⠀ 2 . 소머리국밥하면 누린내나는 진득한 국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여기는 그 정반대 지점에 있다. 사골과 잡뼈에 말린 생강만 넣고 끓여낸다는 국물은 잡내가 없는 맑음 그 자체다. 안에 들어간 고기들은 얼마나 쫀득쫀득한 지. ⠀⠀⠀⠀⠀⠀⠀⠀⠀⠀⠀⠀⠀⠀⠀⠀⠀ 3 .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입과 속을 달래주는 음식들이 있다. ‘이문설농탕’의 설렁탕, ‘덕원’의 꼬리곰탕, ‘청진옥’의 해장국 등이 그렇다. 이런 음식들을 먹고 나오면 왠지 조금은 더 어른이 된 기분이 든다. ⠀⠀⠀⠀⠀⠀⠀⠀⠀⠀⠀⠀⠀⠀⠀⠀⠀ 4 . 내가 이런 음식을 만났을 때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이렇다. ⠀⠀⠀⠀⠀⠀⠀⠀⠀⠀⠀⠀⠀⠀⠀⠀⠀ a)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나는 어른이다.. 나는 어른이다..’ ⠀⠀⠀⠀⠀⠀⠀⠀⠀⠀⠀⠀⠀⠀⠀⠀⠀ b) 느리게 먹는다. 팔팔 끓고 있던 국물이 잠잠해질 때 쯤 첫 술을 뜬다. 입 천장이 까질 정도로 뜨거운 국물에서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긴 어렵다. 식은 뚝배기를 들고 마지막 국물을 들이킬 수 있을 때까지 여유있게 먹는다. ⠀⠀⠀⠀⠀⠀⠀⠀⠀⠀⠀⠀⠀⠀⠀⠀⠀ c) 더하며 먹는다. 열 숟가락 정도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본연의 맛을 느껴본다. 그런 다음에 조금의 소금만 국물에 더하고 고기도 소금만 살짝 찍어서 먹는다. 맛이 익숙해지는 순간에 소금을 좀 더 넣고 김치나 다른 반찬들을 곁들이며 먹는다. ⠀⠀⠀⠀⠀⠀⠀⠀⠀⠀⠀⠀⠀⠀⠀⠀⠀ 5 . 제육볶음도 이 식당을 잘 말해준다. 단맛이나 짠맛을 확 줄인, 매콤하고 담백한 제육볶음. 밥의 절반은 국물에, 나머지 절반은 제육볶음에 양보한다. ⠀⠀⠀⠀⠀⠀⠀⠀⠀⠀⠀⠀⠀⠀⠀⠀⠀ 6 . 맛있게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말은 따로 필요 없었다. 깨끗이 비워낸 뚝배기가 이미 그 인사를 대신하고 있어서. ⠀⠀⠀⠀⠀⠀⠀⠀⠀⠀⠀⠀⠀⠀⠀⠀⠀ - 추천메뉴: 소머리국밥 - 주의: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나요? instagram: colin_beak
인왕식당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6길 17-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