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에는 없고 닭곰탕에는 있는 것” #24시간기사식당 눈으로는 온 지역을 훑고 다니지만 몸은 하루종일 비좁은 차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 고단한 삶. 그 삶을 콕집어 위로를 건내며, 음식을 저렴하고 푸짐하게 제공하는 식당. 기사식당은 20세기 한국의 소울푸드 레스토랑 같다. 그 식당 앞에 붙은 “24시간”이란 수식어는 손님의 고단함을 식당이 쭉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손님만큼이나 고단한 식당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닭곰탕 대다수의 닭은 태어난지 한 달이면 도축된다. 연계라는 의미의 “영계”라 불릴만큼 식감이 부드럽지만 살에 배어있는 육향은 희미하다. 이런 닭들은 인삼, 대추 등과 함께 뚝배기 안에 통째로 담겨 삼계탕이라는 보양식이 된다. 산란기가 지난 노계는 육질이 질기고 육향은 자칫 잡내로 느껴질만큼 진하다. 영계의 시대에 노계의 상품성은 크게 떨어진다. 이런 닭들은 남대문 같은 재래시장이나 을지로 같은 노동자의 거리로 흘러 들어간다. 식당은 닭의 뼈는 푹 고아 국물을 내고 살코기는 결대로 찢어 고명으로 올린다.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은 살코기를 건져 소주 안주로 삼고 국물에 밥을 말아 허기를 채운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채우는 음식, 닭곰탕이다. 노동자의 음식이라고, 가격이 삼계탕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닭곰탕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영계에는 없는 노계의 농밀한 육향이 국물에 스며들어있고, 노동집약적으로 일일이 찢어낸 살코기는 치아에 쉽게 바스라지며 담미를 남긴다. 조선시대에도 묵은 닭인 진계로 끓여낸 ‘계고’라는 닭곰탕이 있었는데, 그 맛과 영양감이 좋아 서민의 음식에서 궁중음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특히 장수한 왕 영조는 소문난 계고 매니아였다고. #서평기사식당 닭곰탕을 주력으로 하는 24시간 기사식당이다. 24시간, 기사식당, 닭곰탕 이 세 단어의 조합만으로 이미 영혼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들오들 떨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훈훈한 공기와 함께 꼬릿한 냄새가 몸을 덥친다. 식당 안에는 밥 때를 놓친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대화없는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고단해 보일지언정 외로워 보이는 사람은 없다. #닭곰탕칼국수 불투명한 베이지 색이 나는 국물만 봐도 얼마나 진국인지 알 것 같다. 두툼한 면발의 국수 위에 살코기와 파를 듬뿍 올렸는데, 국물에 녹아있다기보단 건진국수처럼 국물 안에서 각각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액젓향이 강한 김치와 찝찌름한 마늘 장아찌가 진한 닭고기 향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 맛팁: 음식이 나오면 그대로 한번 맛본 후 후추와 청량고추를 기호에 맞게 더한다. 사발 채 국물을 들이키면 진득한 국물 사이사이에 목을 탁, 탁하고 치는게 참 매력적이다. instagram: colin_beak
서평 기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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