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꼼장어와 음주소란 사건” #사건개요 2020년 6월 23일 밤 11시 12분 스타트업에 종사 중인 M모씨가 논현동 소재의 일반 음식점에서 사장님의 일렉기타 반주에 맞춰 음주소란을 일으킨 사건. #사건일지_1 상해루에서 1차를 마친 뒤 2차로 “‘94 한국 방문의 해 기념 맛있는 집”이 써있는 특이한 간판을 보고 체크해두었던 꼼장어집에 방문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고 김도향씨를 닮은 사장님과 무표정한 이모님 두 분만 앉아계셨다. 예상과 다른 분위기에 잠시 주저하다 입장. 메뉴는 꼼장어와 충무김밥 뿐이고, 사장님의 추천으로 소금구이와 충무김밥을 주문했다. 이윽고 밑반찬이 깔렸고 동치미를 한 숟갈 떴는데 고개가 갸우뚱했다. 단맛이 하나도 없는 시큼하고 찝찌레한 동치미. 불안감은 커져만갔다. #반전의 충무김밥 꼼장어에 앞서 나온 충무김밥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젓갈을 넉넉하게 부어 담근 후 곰삭혀 나온 석박지는 묵은 감칠맛으로 미뢰를 강타했다. 오징어는 여느 집들과 달리 매운 양념을 최소화하고 쫄깃하게 삶아 새콤하게 무쳐냈는데 그래서 오징어 본연의 향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기존에 먹어온 충무김밥과 결이 달라 여쭤보니 사장님이 본인의 기호에 맞춰 개발해내신 것이라고. 가격도 단돈 5천원..! #인생 꼼장어 꼼장어에서 영롱한 선홍빛이 나는 것이 심상찮다. 사장님은 꼼장어는 내가 구우니 아무도 손 대지 말라 하셨고(심쿵), 사장님의 유려한 굽기 스킬과 언변에 모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쯤 꼼장어는 척수가 뿅하고, 먹힐 준비를 마쳤다. 사장님의 추천(사실상 지시)에 따라 아무 것도 더하지 않고 한 점을 먹었는데 눈이 동그래졌다. 주위를 살피니 일행들도 모두 놀란 토끼가 되어있었다. 그간 내가 먹어온 꼼장어는 짙은 양념으로 쿰쿰함을 숨기고 철판에서 바싹 익혀먹는 소주 안주였다. 그런데 이 곳의 꼼장어는 꼬들한 식감과 육즙이 살아있는 차원이 다른 음식이었다. 후추소금을 살짝 찍어먹고 소주 한잔 마시면 게임 끝. 양념구이는 양념을 주문 즉시 묻혀 꼼장어 본연의 맛은 해치지 않고 감칠맛을 더 끌어올렸다. 큼직하게 썰어 낸 대파 구이도 달달하니 참 좋다. 3억년 전 생물과 비교되는 미개 생물에서 이런 맛이 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사건일지_2 일행들의 극찬이 이어지자 과묵했던 사장님은 기분이 좋으셨는지 말이 많아지셨다. 식당 한켠에 놓여있는 일렉기타를 발견한 M모씨는 사장님께 기타를 연주하시냐 물었고 이 질문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사장님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식당 구석 자리에 노트북과 스피커를 세팅하셨고 이윽고 세상 쿨한 기타 리프와 소울풀한 노래가 시작됐다. 분위기에 취한 M모씨는 끝내 흥을 참지 못했고, 무대에 올라 사장님의 반주에 맞춰 조용필의 ‘모나리자’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열창했다. instagram: colin_beak
토영 자갈치 곰장어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 20 1층